"여보, 나 배고파.... 밥 먹읍시다...." 일요일 아침 아내를 찾으며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아내에게 돌아오는 대답,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요.. 김서방 일어나면 같이 먹게요.."
배를 움켜쥐고 기다릴 요량으로 TV를 켰는데..아내가 냉큼 달려와,
"어휴~!! 일요일이라도 좀 늦게까지 자게 조용 좀 해요" 하며 전원을 끄지 뭡니까~!
작년에 결혼한 사위랑 같이 살면서 제가 본의 아니게 사위살이를 하게 됐습니다..
2년 후, 해외지사에서 근무해야 하는 딸 내외..그전까지 번거롭게 살림살이 장만할 필요 없이
가족들과 정붙이고 싶다며 처가살이를 자청한 사위입니다..
처음엔 그 마음씀씀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슬하에 딸만 둘이던 차에 듬직한 아들하나 생겨
저녁이면 그토록 바라던 술 동무도 하고, 스포츠중계도 함께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기대로 차 있었죠.
바람대로 주말저녁이면 동네 포장마차에서 소주도 한잔 기울이고,
늘 혼자이던 축구를 북적거리며 사위랑 함께 보게되니 정말 행복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아내였습니다.
그동안 제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던 사람이 사위가 들어오면서부터
절 대하는 게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식탁의 음식도 이 남편 위주에서 이젠 사위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하나씩 교체가 됐구요. 제가 나이에 맞지 않게 햄이며, 계란 후라이 등등 마른반찬 종류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어찌된 일인지, 이 젊은 사위는 입이 얼마나 토종인지 오로지
된장에 김치니... 그로 인해 우리집 식탁엔 늘 된장찌개가 올라오게 됐습니다.
그 된장찌개가 문제가 아니라, 아내가 절 식탁메뉴에서 배제를 한다는 게 서운하더군요.
며칠 전엔, 퇴근해 현관을 들어서려는데..제가 며칠 전에 덜컹거려 손을 봐준
10년 된 세탁기가 실려나가고, 새 세탁기가 들어오고 있는 게 아닙니까~!
고장이 잦아 몇 번을 새로 하나 들이자고 해도,
"우리집 최고 기술자가 여기 있는데, 아직 몇 년은 더 쓸 수 있죠~!!"하며
저를 차가운 세탁실로 밀어 넣던 아내가 어쩐 일로 세탁기를 바꾸나했더니.....
고물 세탁기를 보다못한 사위가 글쎄 상의도 없이 주문했다지 뭡니까...
아내는 괜한 돈 쓴다며 사위를 타박하는 듯 했지만,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사위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고...반면 저는 더욱 찬밥신세가 됐답니다.
딸 내외가 외국으로 나가려면, 앞으로 400일 정도 남았는데.....
군 제대 앞둔 말년 병도 아니고, 이렇게 달력을 보며 손꼽아보긴 처음이네요...
사위를 두고 질투를 하고 있는 저.....철없는 장인일까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서신동 장성규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