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감사합니다

요즘 어김없이 퇴근하며 매일 제일 먼저 들르는 곳... 바로 시댁입니다..바쁜 저녁 시간, 회사에서 시댁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매일 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바로 25개월 된 딸아이 때문이죠.. 현관문 열고 들어서며 어머니, 아버지께 인사도 드리기 전에 뽀르르 달려나와 제게 안기는 아이! 그 딸아이를 시부모님께서 봐 주시고 계신데요. 아이가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된통 걸려.. 고열에 시달리는 데다, 입안이 모두 헐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죠..그러니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보채고 어린양을 부리는 통에 가족들 모두 이만저만 힘든게 아니죠.. 그래서 매일 시댁으로 퇴근후 시댁으로 출근도장을 찍고 있답니다.. 어제도 퇴근후, 딸아이부터 챙기느라 바빴죠.. “어머니, 별이 오늘은 뭐 좀 먹었어요?” “약은 잘 먹어요?” “울진 않았구요?” 오로지 딸아이 걱정에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묻기 바빴죠. 그렇게 딸 안부만 다 여쭈고 확인한 후에야 어머니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어머니 걷는 게 영 불편해 보이시는 겁니다. “어머니... 다리가 왜 그러세요?” “어? 아무것도 아니다....” “다리 절고 계시잖아요? 왜 그러세요?” 한참을 얼버무리시던 어머니....“별이가 아파 보채는 통에 업어만 달래더구나. 그래서 하루종일 업고 있었더니...” 이런....내 딸 걱정만 하느라 어머니 힘드셨을 생각은 조금도 안했던 제가 너무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며느리들은 시어머니가 조금만 서운하게 하셔도 내가 며느리가 아니고 딸이라면 이러셨을까? 하며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시어머니가 친정어머니라면 내가 이럴까?' 라는 의문은 가져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친정엄마였다면 아마도 한번쯤은 먼저 엄마 안부를 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처음 직장을 잡고 갓 돌 지난 아기를 맡길때만 해도 어머니니까 당연히 봐주셔야 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또 '나 혼자 잘살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뭐...' 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죠. 그렇게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동안의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담아 오늘밤은 어머니 발에 뜨거운 찜질도 해드리고, 오랜만에 정담 나누며 잠을 청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