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방송분

40년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퇴직하신 아버지.. 평소에 해보고 싶었지만 마음을 접어야만했던 많은 일들... 퇴직하시면 엄마랑 여행도 가시고, 매일 매일 늘어지게 늦잠도 주무시리라 말씀하시곤 했죠. 하지만 평생에 몸에 배어있는 시계는 여느 때와 같이 일찍 아버지를 깨웠고 아무일 없이 시작되는 아버지의 하루는 조금씩 지루해져 가셨습니다.. 우린 좀 쉬고, 여유있게 생각하시라 했지만, 부지런한 아버지는 일상이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여러 달을 보내던 아버지... 지켜보는 자식으로선 초라하게 느껴졌죠..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의 환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 들려왔습니다.. "아버지 내일부터 출근한다.. 아파트 경비직으로 취직했어.. 너희집 아파트에서 가까운데...우리 딸 얼굴 자주 볼 수 있겠네....." 왠 경비...? 그냥 편히 쉬시지 뭐하러 힘들게 일을 하시려 하냐고 반문하자, 일 할 수 있는데 말하고 싶었지만 그 생각도 아버지의 환한 목소리에 다 묻혀버리고 말았죠.. "아버지.. 출근하게 되셔서 정말 좋으세요?...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오랜만에 밝아진 아버지께 더 이상 드릴 말이 없었습니다.. 며칠 후... 아버지 일하시는 곳에나 가봐야지 생각하면서 전화를 끊었죠. 이번 겨울은 따뜻하다고 하지만 유난히 바람이 차가운 날... 아버지께 따뜻한 점심식사를 드리기 위해 보온도시락에 국도 담고 평소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반찬을 챙겨 처음으로 아버지 일터로 향했죠.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저만치 아버지께서 경비 복을 입으신 채 차가운 바람도 아랑곳 않고 비닐봉지를 한 손에 들고 쓰레기를 하나둘씩 줍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차가운 바람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보자, 제 코끝은 점점 빨개져만 갔고 가슴은 먹먹해져 왔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아버지 곁은 지나가는 아파트 주민들..."아저씨..추운데 고생하시네요.. 이거 팥죽인데 따뜻할 때 드세요..", "아저씨 오셔서 우리 동네가 너무너무 깨끗해졌어요.." 웃으며 아버지께 냄비를 건네는 아주머니의 모습과 아버지께 인사를 잊지 않고 뛰어가는 꼬마녀석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먹먹했던 가슴은 어느새 뻥 뚫리고 아버지를 힘차게 부르며 달려가는 제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가벼웠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영등동 고윤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