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방송분

평소 먹성이 좋던 아들녀석이 어제 저녁은 먹는 둥 마는 둥 수저를 놓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더니 일찍 잠자리에 들더군요..녀석이...일찍 들어오라고 두 번, 세 번 전화하기에 기껏 일찍 들어왔더니.....그래서 저 또한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죠.. 그런데 얼마쯤 지났을까...작은 집안에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거실 등이 켜지더니 종종거리는 발소리가 들리고, 꺼억꺼억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달콤한 새벽잠을 방해받아 짜증이 좀 났지만, 멈출 줄 모르는 소란에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니 아내가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었습니다. "왜? 무슨 일인데?" "애가 이상해..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다 토하고, 배도 아프데요" "그러게 애들한테 이상한 거 먹이지 말라고 했잖아..!!" 말을 뱉어놓고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이미 뱉어낸 말을 주어 담을수도 없고 찜찜한 마음으로 다시 잠자리에 들었죠..그리고 세상 모르게 자고 일어났습니다..아내는 부스스한 얼굴로 벌써 아침상을 차려놓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애는 좀 어때?" 아내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하긴 남편이라는 사람이 애가 아픈데도 세상 모르게 잠만 잤으니 밉기도 할 것입니다. 게다가 아이가 아픈 원인을 다 아내 탓으로 돌렸으니 입에 지퍼를 채울 만도 하지요. 아내는 저를 만나 참 미련하게도 살아 왔습니다. 밤에 아이가 울면 일하는데 지장 있다며, 저의 밤잠을 고스란히 지켜주었습니다. 그러니 두 아이 키우면서 저는 아이 기저귀 한번 갈아주지 않았고, 목욕 한번 시켜주지 않아... 애들은 그저 낳아놓으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밖에서 고생하는데 집에서 무슨 호강이냐며 제가 없으면 상도 차리는 둥 마는 둥 애들만 챙겨먹이고 제 배 불릴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출근을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집사람 아니었으면 아빠소리, 가장소리 꿈도 못 꿨을 텐데..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 마음을 후벼파 놨더군요... 병원은 다녀왔냐고 묻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밤새 골골대던 아들녀석이 씩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더군요. "괜찮아? 병원은?" "다녀왔어요. 약도 먹었구요.." '엄마는?" "엄마는 지금 자요!!" "그럼 엄마 푹 자게 동생이랑 조용히 놀아야 돼~~ 아빠 일찍 갈테니까, 알았지..?" 지난밤이 참으로 지리하고, 섭섭했을 아내.. 아이가 괜찮아진 뒤에야 겨우 한숨을 붙이는 그 아내의 짧은 겨울잠을 지켜줬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미룡동 오세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