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 아이 돌이 멀지 않아 전화를 하게 됐습니다..
돌잔치 소식이 있을 법한데..아무런 연락 없는 게 궁금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친구 남편의 회사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 몇 달 째 월급이 밀렸다더군요.
그래서 생활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먹고 사는게 왜 이리 힘드냐며 푸념을 늘어놨습니다..
아무래도 자기도 직장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면서...우리 같은 아줌마를 어디서 써 줄지..
모르겠다고..걱정이 많더군요...
그래서 돌잔치도 어려울 것 같다구요..설레임으로 준비해야 할 첫 아이 돌잔치를 열어주지
못하게 됐을 때..그 부모 마음이 어떨지..미뤄 짐작하고도 남았습니다..
이렇듯 힘들게 지내온 게 꽤 된 듯한데..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어려운 부분을 털어놓는 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새해 초부터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친구가 많이 안쓰러워서 그저 "힘내라"는 말 밖에
더 할말이 없더군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죠..
근심에 쌓인 친구 걱정도 됐지만, 일단은 다닐 직장이 있어 제때 월급을 벌어다 주는
남편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지...
집에 쌀 안 떨어지고, 직장 구해야 할 고민없이 집에서 편안히 앉아
아이랑 하루종일 놀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또 얼마나 감사한지요...
가끔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듯, 단조로운 일상이 지겨워질 때가 있어 불평했던 적도 많았는데요.
그런데 너무도 당연히 여겼던 것들이 모두 행복이었습니다.
늘 당연시 주어져 있는 것들이라서 어쩌면 의식조차 못하고 살았는지 모르죠..
그날 저녁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해놓고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에게
"자기야, 오늘 고생 많았지? 자기가 내 옆에 건강하게 있어 준 것도 참 감사하다.
아이랑 하루종일 집안에서 마주하며 놀 수 있도록 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러자 남편, "뜬금없이 왜 이래? 뭐 잘못 먹었어?"하더군요..
그래도 자신의 고충을 알아주는구나 싶었는지 뿌듯해했습니다..
늘 감사하다는 말 보다는 먼저 불평, 불만 늘어 놓던 저였기에 그럴만도 했죠.
새해엔 작은 일부터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