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방송분

약속시간 삼십분전....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버스 안에 있어야 하건만 저는 그 시간에도 집에 있었죠... 방금전까지 분명히 손에 들고있던 휴대전화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 가방, 옷장, 외투주머니까지 다 뒤져봐도 휴대전화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집 전화로 연결해보니..익숙한 벨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고, 그 곳은 바로 신발장안이었습니다..엄마의 휴대전화 찾기 소동에 본의 아니게 의심받은 아들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죠.... "엄마는 문제야 문제!!" 성질 같으면 아이의 머리를 콱 쥐어 박아주고 싶었지만, 부랴부랴 서둘러 택시를 잡았죠. 그런데 출발하기가 무섭게 또 대문은 잠궜는지... 가스벨브는 닫았는지 불안함이 엄습해왔습니다. "엄마가 대문 잠궜지? 가스도?" 동행하는 아들녀석에게 물었죠.. "응.....", "확실히 봤지? 네가 책임질 수 있지?" 일곱 살 난 아들을 붙들고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아두지만 불안함이 영 떨쳐지지 않았죠. 그때 희뿌연 창문너머로 옛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 놈의 것이 금세 어디로 갔을까....?" 꼭 지금 내 나이만큼의 엄마가 또 무언가를 찾느라 동분서주 하고 계셨죠. "또, 뭐?........", "부엌 칼이 어디로 가버렸어....." 엄마의 종종거리는 파란 슬리퍼는 부엌 찬장과 창고를 지나 장독대를 향하고 있었죠. 그 엄마를 한심한 눈빛으로 톡 쏘아대던 그 딸이 바로 저였죠. "여기 있잖아..!!"엄마의 칼은 늘 예상을 뒤엎는 자리에서 발견이 되곤 했죠. 그 시절... 이삼 십 년 후, 내 모습이 엄마와 똑 닮을 줄 알았었다면 그리 한심한 눈빛을 보내지는 않았을텐데....스스로가 한심해서 한참을 혀끝을 톡톡 차대던 그 엄마를 함부로 비웃지도 않았을텐데...되로주고 말로 받는 인생사를 톡톡히 배우고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목적지 도착해 택시요금을 지불하려는데, 지갑이 얼른 찾아지지가 않았습니다. 한참을 가방 안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일곱 살 아들녀석이 토해내는 모진소리가 미터기에서 깜빡깜빡거리며 올라가고있는 요금보다 더 나를 긴장시켰습니다.. "엄마는 생각 장애를 갖고 있어요"...늦둥이로 낳은 아들..지녀석 키우느라 그런줄도 모르고... 짧아진 겨울 해에 이른 저녁을 준비해야하는 늙은 우리 엄마... 오늘은 또 몇 번이나 "이 놈의 것이 어디로 가버렸을까...?"되새기실지... 고향집에 유난히도 부엌 칼이 많은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네요. 그 엄마에게 더 늦기 전에.... 미안함이 뭔지 조차 잊어버리기 전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려야겠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모현동 변재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