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8일 방송분

전날 밤 제대로 잠 한숨 못 자고 거실에 나와 서성인 것을 알고 있는데.. 내색 없이 묵묵히 식사를 하고 출근을 서두르는 남편..요즘 들어 부쩍 남편은 근심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현장의 계약기간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자 마음이 불안한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도 남편 못지 않게 걱정이 많아졌죠... 우리 부부는 결혼생활 18년에, 십 여 년을 주말부부로 지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이런 일도 있었죠.. 학교에서 아버지의 직업이나 가족을 주제로 하는 수업이 끝난 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늘 수업 중, 재형이가 아버지 얘기를 하다 울었어요. 친구들도 저도 다 놀랐죠.... 아버지가 주말에만 오신다면서 많이 그리운가봐요..따뜻하게 해주세요..." 그런 선생님 전화를 받고 눈물이 났죠..평소 씩씩하고 명랑한 아들인지라 그런 마음이 있는 줄 몰랐죠. 걱정할까봐 그런지..아버지가 곁에 없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그리움을 토로한 적 없던 속 깊은 아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여기저기 현장을 다니는 아빠 때문에 유치원에서 현장 수업을 한다거나 가족운동회, 어린이 날, 크리스마스 등등 아버지 없는 기념일이나 행사에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상처로 남았었나 봅니다. 그렇게 주말부부로 지내다 현장이 집 근처로 옮겨지면서 3년째 함께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그동안 남편도 제대로 못한 아빠 노릇, 남편 노릇을 한답시고 열심히 살았죠. 그런데 계약기간 종료와 함께 또 어느 현장으로 가게될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다시 주말부부로 살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출근길 현관을 나서며 남편이 근심 어린 제 표정을 읽었는지 한마디하더군요. "떨어져 사는 거 싫으면 함께 가지 뭐.." 농담반 진담반으로 건넨 말이란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부초같이 사는 남편의 생활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점점 늘어가는 나이, 주름....이젠 건강도 옆에서 챙겨줘야 하는데 말이죠. 다시 일 할 현장이 주어져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걸 행운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집에서 멀지 않는 곳으로 가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네요. 그래서 남편도 맘 편하게 중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인후동 오경애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