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6년...지난 31일, 강릉 경포대로 해돋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부모님, 남동생과 저..이렇게 네 식구와 이모부 내외가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죠.
해돋이 구경은 난생 처음이라며 무척 기대하시던 엄마....
아버지와 이모부 또한 나름대로 회 한 접시와 소주 생각에 들떠있으신 듯 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 저녁식사로 회를 먹고, 숙소로 들어와 본격적인 술자리가 이어졌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모가 갑자기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이렇게 술만 마실게 아니라..올 한해 미안했던 일이나,
서로에게 바라고 싶은 일 있으면 얘기하는 시간을 갖죠...어때요?"
아버지는 "쑥스럽게..그런 걸 뭐 얼굴 마주하고 하나..그냥 말 안 해도 다 알고 사는 거지.."
하셨습니다...그러다...대부분 무언의 동의가 이뤄졌고, 사실 여기까진 별 문제 없었습니다...
그런데 엄마차례가 되자..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시기 시작하는 겁니다.
작년 한 해..아버지 때문에 고생 많았고..속 섞이는 바람에 힘들었다는 둥....
술 좀 그만 마시라는 둥..한 번 봇물 터지듯 나온 불만은 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성격상, 순순히 듣고만 계실 리 없었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또 무슨 불만이 그리 많으셨던지....내조를 잘못해서 일이 잘 안풀렸다는 둥,
음식 맛이 별로였다는 둥....한 해를 정리하고 잘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대화의 방향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급기야 서로 말다툼을 하시게 됐죠..
이러다 안 될 것 같아 이번에는 서로에게 미안했던 점을 고백하자고 했죠.
그런데 이건 불난 집에 기름을 더 끼얹는 격... 아버지는 지난번 대출을 받아 친구를 빌려줬다는 둥,
엄마가 장롱에 넣어 둔 돈을 급한일이 있어 썼다는 등의 충격 고백을 하셨죠.
급기야 엄마는 당장 집에 돌아가시겠다며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저와 이모는 엄마를
달래기 시작했고 아버지와 이모부는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06년의 마지막 날은 저물어 갔고...어느덧 잠이 들었는데....
밖이 환해져 잠에서 깼는데...오전 9시가 다 돼 갔습니다.
방안엔 동생과 저 밖에 없었죠..간밤에 일이 걱정됐습니다..그런데 알고 보니, 부모님과 이모네는
이른 새벽 해를 보러 가신 것이었습니다..어젯밤과는 달리 너무도 다정히 들어오시는 두 분...
깜짝 놀랐습니다..아무리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너무도 당황스러워
정황을 여쭤보니, 엄마는 아버지가 싹싹 빌어 가까스로 풀었다 하시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엄마가 사과를 해 와 평화협정에 합의하셨다는데..도대체 어느 분 말을 믿어야 할지..
진실은 어딘가에 묻혀 있겠죠.. 결국 저는 해는 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돌아와야 했는데요..
올 한 해는 부모님께서 다투지 말고 보내시길...우리 가정에 웃음만이 가득하길 빌어봅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태평동의 김미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