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방송분

TV를 보던 아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짭짤한 소금에다 따끈한 순대 찍어 먹고 싶다..." 분명 웅얼거리듯 혼자 속삭였는데.. 제 귀에 "순대"라는 단어가 이렇게 또렷하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요? 아내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습니다. 순대가 먹고 싶다고.....어젯밤엔 11시가 넘었는데 갑자기 매운 닭발이 먹고 싶다고 해 추위에 떨며 포장마차를 찾아 헤매야 했는데....'오늘은 좀 참지....' 그때까지 안 자고 그림을 그리고 있던 딸아이가 혹시나 엄마의 말을 제가 못 들었나 싶었던지 한마디 거들더군요..."아빠! 엄마가 순대 먹고 싶다잖어..." 매정한 모녀...밤 10시가 훌쩍 넘었는데..또 추운 밤거리를 종종걸음으로 뛰다시피 해 다녀오며 중얼거렸습니다... "앞으로 4개월만 참자....아자, 아자~!" 저는 여우같은 아내와, 딸을 둔 서른 중반의 가장인데요..앞으로 4개월 후면 또 하나의 생명이 세상에 나오게 되죠. 큰 아이 출산 후, 7년이 넘도록 둘째 아이 소식이 없어 차츰 포기하고 있었는데... 좋은 소식을 얻게 된 겁니다. 결혼 후 두 달만에 갑자기 첫 아일 가졌을 때, 우리 부부는 지금처럼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잘 알지 못했었죠. 더군다나 저는 직장을 새로 옮긴 직후라, 한창 일하는 것이 즐거워 열정을 쏟아 부울 때였고, 자연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는데...아내는 그 때 일을 두고두고 가슴에 담아 지금까지도 가끔씩 치르는 부부싸움에 주 레퍼토리로 삼고 있죠. 사실 그때는 늦은 귀가로 아내와 많이 함께 해 주지도 못했고, 먹고 싶다는 것 또한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으니.....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던 처형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얼마나 속을 끓였을지 상상이 됩니다..시큼한 청 사과가 먹고 싶다고 내내 노래 불렀을 때.. 그냥 지나쳤던 걸 지금 와서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이라도 되도록 다 해주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밤 10시 이전에 먹고 싶은 걸, 미리 좀 생각해줬으면 하는 거죠... 남편 분들..아내가 임신 중이라면 특히, 몸바쳐 잘해야 합니다...언젠가는 반드시 보복이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지금 아내는 듬성듬성 큐빅 빠진 머리핀을 꽂고, 댕강 묶은 파마머리로 뒤뚱거리며 다니는데..그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게만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시 금암동 신정수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