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방송분

주변머리나 애교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을래야 없었던 제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리라고는 상상치 못했습니다..우연찮게 친구의 소개로 만나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 건 꼭 이맘때였습니다. 눈 쌓인 교정을 천천히 걸어도 보고, 자판기 커피 한 잔에 추억을 담으며 얼마나 설레였는지 모릅니다. 찬바람 불어와 손을 잡아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가득했지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언제나 점잖게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숨겨두었죠.. 그러다.."춥지 않으세요?"라고 물어오기에..얼른 뭔가를 기대하고... "네"라고 답하니..그 사람은 멋진 포즈 대신 "그러니까 다음부턴 꼭 내의 입고 다니세요.." 라며 무드 없던 사람이죠..하지만 그 무뚝뚝함이 좋아보였습니다.. 한참을 걷다 식사하러 가자는 말에 근사한 레스토랑을 그린 제게, "순대국밥 좋아하세요?"하며 묻던 사람입니다..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마 실망하거나, 불쾌해 했을지 모르지만..저는 심지 굳어 보이는 그이의 모습이 더 멋져 보였죠. 그래서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순대국밥이란 걸 먹었습니다. 소탈한 성격처럼, 그에게 잘 보이는 일이라면 모든지 하고 싶었죠..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은 결국 제 친구와 결혼했습니다. 엇갈린 인연이란 게 바로 이런거구나 싶더군요. 서로의 마음도 확인하기 전, 종종 같이 어울리던 제 친구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결국 그 사람은 마음을 친구에게 뺏기고 말았죠. 처음엔 믿을 수 없었습니다. 다정하게 팔짱끼고 웨딩마치에 발 맞추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사람이 분명 내의 입고 다니라 해서 스타일 무시한 채 입고 다녔고, 좋아하지 않는 순대국밥이니, 곱창전골...그런 음식 한번도 거절 안하고 열심히 먹었는데.... 그가 떠난 뒤, 저는 심한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그와 추억이 있는 장소나 음식엔 고개도 돌리지 않았죠. 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제 곁엔 표현도 잘하고 저를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인연이 따로 있었기에, 그때 만남은 스쳐가는 바람과도 같았겠죠. 모든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연말이 되면 가끔 그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성인이 된 이후, 처음..마음을 설레이게 했던 그도 저를 조금은 좋아하지 않았을까..궁금해지곤 하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영등동 임선아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