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방송분

아버지께선 마음이 좋으신 것도 있지만, 일단! 귀가 너무 얇습니다. 영업사원들이나 잡상인들이 찾아와 물건 소개를 하면 아버지께선 바로 관심을 보이시죠. 영업 사원들은 상대의 첫 인상만 봐도 물건을 살 사람인지, 아닌지.. 대충은 파악이 된다고 하더군요. 일단 살 것 같다 싶으면 집중 공략하게 되는데...바로 아버지 같은 분이 그런 분이죠. 특이한 물건, 즉 아이디어상품은 집에 수도 없이 많구요...물론 대부분 몇 번 쓰고 마는 물건들... 윗몸 일으키기는 이불이나 방석 등 잡동사니 얹혀놓는 용도로 쓰신지 오래 되셨구요~ 또 신호 대기 중, 운전자들을 상대로 파는 물건은 웬만하면 다 사시는 편인데요. 하루종일 얼마나 고생하겠냐는 게 그 이유이죠.. 특히, 몸에 좋다는 약이나 식품들....또 마음이 약해지시죠. 엄마는 오래 전부터 당뇨로 고생을 하고 계신데요.. 누가 이거 먹고 나았다더라...또 좋아진다더라..이런 얘기만 들으시면 바로 솔깃해져서 검증도 받지 않은 것들을 사오시곤 했습니다.. 그런 날은 엄마랑 반드시 한바탕 하시는 날이죠.. 또 제가 비염이 좀 있는 편인데..좋다는 건 어김없이 챙겨오시는 분입니다.. 심지어, 우체국에 등기 부치러 가셨다 가입한 보험만도 서 너 개.... 얼마 전엔 환갑이 가까운 아버지께 한 영업사원이 외국어교재를 팔아 집에 또 한 번 폭풍이 일었었죠..6개월 할부구매였는데, 구입 동기가 요즘은 나이 드신 분들도 간단한 외국어 구사는 하셔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엄마..이런 아버지랑 30여년이 넘게 사시면서 수없이 말려도 보고, 협박도 해보셨는데요.. 외국어 교재 사건은 정말, 두 손 두발 다 드셨답니다..일단 신용카드 압수하고, 다시는 물건 안 사시겠다는 각서까지 받아내셨죠.. 그 이후, 아버지는 좀 잠잠해지셨는데요...잘됐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아버지가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물건을 사는데는 늘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 가족 하나 하나를 생각하며..'이건 누가 쓰면 좋겠다'..또 '뭐에 좋겠다'.... 이렇듯, 그게 당신 낙이라 말씀하시곤 하는데요..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큰지.... 저도 결혼해 살아보니, 이젠 좀 알 것 같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영등동 강명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