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방송분

작년 대학 4년을 마치고 저는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그야말로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주변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뜻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세상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곳이란 걸 알게됐죠. 제 나이만큼의 이력서를 쓰고 또 쓰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자존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그러나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과외라도 하기로 마음먹었죠.. 과외시장도 역시 어려움은 마찬가지더군요.. 게다가 경력도 없고 인맥도 없었던 저.....가진 거라곤 어떻게든 일어나 보겠다는 의지.... 바로 그것이 있었기에 큰 장애 따윈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백 여장의 과외전단지를 만들고 나니, 또 고민이 생겼습니다. 일단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부쳐야 하는데..알량한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대낮엔 사람이 많겠지....' 어두워진 저녁...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집을 나서는데 퇴근하고 오시는 엄마랑 마주쳤죠. 엄마는 이미 제 마음을 알고 계셨다는 듯, 전단지를 거두어 가시고 제겐 집에 가 있으라 하더군요. 할 수 없이 엄마와 저는 함께 길을 나섰고, 가장 눈길 가는 곳을 찾아 전단지가 구겨질세라 조심조심 붙이는 엄마를 보면서 콧등이 시큰해서 혼났죠. 딸 고생한다고 당신의 장갑까지 내어주시고, 꽁꽁 얼어 빨갛게 된 손으로 테잎을 자르고 붙이는 엄마를 지켜보면서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눈물을 삼키느라 훌쩍이는 저를 보며, 감기 걸릴까봐 얼른 들어가라 재촉하는 엄마를 보면서.... "세상이 아무리 혹독해도 그 바람을 녹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엄마의 사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엄마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무엇이든 못 할 게 없을 거란 굳은 의지가 생겼죠..... 엄마의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신동 엄진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