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방송분

졸린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어디선가 벨소리가 납니다. '설마..... 우리 집 아니겠지?~ 우리 집은 번호키잖아.' "띵동~ 쾅! 쾅! 쾅!" "문 열어. 문!" "지금 뭐 하는 거야? 술 취했으면 조용히 들어와 자라고 했잖아. 동네 시끄럽게 왜 문은 발로 차고 그러는데? 지금 당신 술 마시고 온 거 동네사람들한테 광고하는 거야?" "떼끼! 서방님 오셨으면 낼름 나와 문을 열어야지" 남편은 평소엔 말이 없다가도 술만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데 말대꾸를 해주면 밤을 샐지도 모릅니다. 12월이 시작되면서 남편은 하루걸러 술을 먹는 듯 합니다. 침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남편의 몰골은 말도 아니더군요. 어쩔수없이 마셔야하는 술이 많다보니 짠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말짱한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남편이 얄미워질 수 밖에요.. 어제도 어김없이 오후 여섯시가 되니 메일이 도착하더군요... "마님, 오늘도 많이 늦을 것 같은데.....저녁 먼저 드세요" 얼마 전까지는 전화로 늦는다 하더니 이제는 미안해서 그런지 메일로 보내더군요.. 한창 땐 송년회가 있는 연말 한 달 내내 마셔도 끄떡없다고 큰소리치던 남편이었지만 마흔을 넘긴 지금은 다르더군요. 정신없이 마시고 온 날은 여지없이 다음날까지도 술이 깨지 않아 벌건 얼굴로 출근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됐을 정도니까요. 올 봄 정기건강진단에서 남편은 지방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배짱인지 의사의 과음, 과식, 흡연을 절대 삼가라는 경고는 깡그리 무시하고 오직 폭음, 폭식, 흡연만이 살길인 양 고집을 부리니 말입니다. 이미 잠을 자긴 틀린 시간... 아침이면 술독이 덜 빠져 또 헛구역질을 해댈 대책 없는 남편을 위해 북어국을 끓이기로 하고 황태를 꺼냈습니다. 마른 황태의 퀭한 눈 위로 남편의 술 취한 얼굴이 겹쳐졌습니다.. "야 황태. 너 이리 와봐. 한번 맞아보자." 남편도 요렇게 몇 대 패서 말을 잘 듣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시원한 북어국을 완성했습니다. 어느새 남편이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얼굴로 너스레를 떱니다. "음~ 구수한 북어국 냄새. 해장엔 북어국이 최고야. 역시 우리 마누라가 최고다." 술이 덜 깨 벌건 얼굴로 출근을 하는 남편은 다시 한 번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라며 당부를 하더군요.. 한해를 마무리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 유독 술에 빠져서 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리 바가지를 긁어도 고쳐지지 않는 술독들의 송년회 모임에 지친 아내들은 오늘도 죄 없는 북어만 두드려 패고 있겠죠~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시 평화동 정금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