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방송분

오늘로 나흘째......'도대체 누가 와서 몰래 커피를 타놓고 가는 거지?..' 입사 3개월...아직도 얼떨떨한 신입사원.... 제가 맡고 있는 홍보실 업무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이 됩니다.. 회의가 시작될 즈음, 다섯 분 임원의 입맛에 맞게 일일이 커피를 타는 일.. 제가 맡은 업무 중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일이죠. 각자의 개성이라지만....너무나 각양각색이죠.. 완전 프림 덩어리로 드시는 조부장님..커피 한 스푼에 설탕 두 스푼만을 고집하는 김차장님, 블랙 매니아 정 과장님..오로지 달디단 설탕 맛으로 드시는 강 팀장님... 정통 밀크만을 고집하는 이 부장님 등등.. 이렇게 커피를 탄 후..문제는 그 기호에 맞는 자리로 잘 운반해야한다는 것인데요.. 더욱이 커피는 향만으로는 그 안에 설탕이 들었는지..블랙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것이죠.. 커피잔에 표시라도 해 놓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그럴수도 없는 일이었죠.. 그냥 느낌만으로 회의실에 커피를 전한지도 어언 3개월째~ 가끔은 그 각양각색인 기호에 이골이 나서 뜬금 없이 자판기로 눈길이 가곤 했지만... 그분들의 입맛을 표준화시키느니 차라리 내가 사표 쓰는 게 더 빠르겠지..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회의가 있는 날..아침이면.. 다섯 개의 커피잔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게끔 기호에 맞게 커피 량이 조절되어 있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커피잔에 조그맣게 조부장, 김차장 등의 스티커가 부쳐져 있었습니다.. 정말 편하더군요..그렇게 하니..기억력에 의존할 일도 없었구요... 여쭤볼 수도 없고, 궁금해 하던 차...다른 날 보다 더 일찍 출근해 그 분이 누군지 알게 됐죠... 바로 최고참 조부장님께서 사무실 구석에서 손수 커피를 나눠 타고 계시는 것입니다.. 들켰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힘들지? 우리가 워낙 취향이 제각각인 사람들이라서.. 한달 전부터 내꺼랑 강팀장께 계속 바뀌어 들어오더라구..진작에 이렇게 할걸.. 딸 같은 녀석들..고생시켰어~우리끼리 그렇게 하기로 했어~ " 프림 커피만을 드시는 분이 한달 씩이나 달달한 설탕커피를 드셨다니.. 그런데도 호통한번 안치시고.....그동안 어렵게만 보이던 분들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부장님 따님이 제 또래라던데..자식같은 생각이 드셨을까요?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광주의 허서연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