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방송분

며칠 전, 딸아이의 생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맞이하는 첫 생일.... 저는 아침부터 딸이 데리고 올...친구들을 위해 김밥과 도너츠, 튀김 등을 만들었죠..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올 거라며 큰소리 치고 나간 딸...저 역시 신경이 쓰였죠.. 그러다 문득..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처음으로 차려준 생일 상이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제가 기죽지 않게 하려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생일 날 아이들을 초대해라고 하셨죠..밤에 포장 마차 일을 하셨기에 낮에는 꼭 주무셔야 했던 엄마.. 그 날은 쉬지도 못하시고 아침나절 내내, 손수 음식을 준비하셨던 모양입니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던 저는 대여섯명이 넘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죠. 작은 선물 꾸러미들을 준비한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도착했을 때.. 빨리 선물을 받고 싶던 기대감도 잠시...엄마가 제 방에 차려준 초라한 생일상에 전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기대 했던 케이크와 초도 하나 없고, 단지 떡볶이 한 접시와 찐 고구마.... 집에서 만든 옥수수떡이 전부였죠.. 지금 생각해도 케잌은 좀 무리였을지 모릅니다..하지만 겨우 고구마 몇 개 쪄 놓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게 얼마나 부끄럽던지요...철없이 쉬지도 못하고 준비했을 엄마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그런 생일 상을 차려 준 엄마가 원망스럽기만 했죠.. 다행히도 친구들은 엄마가 차려준 간식거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무도 생일 상에 대해 투정부리지 않았는데..제 눈은 이미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철없는 행동을 했는지... “다시는 내 생일날 친구들 부르지 않을 거야, 엄마 때문에, 창피해 정말...” 엄마는 딸의 고함 소리에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리어카를 끌고 일터로 향하셨죠.... 그 후, 엄마는 제게 더 이상 그런 생일 상을 차려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큰 아픔으로 남으셨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딸아이의 생일상을 차리며..문득 25년 전 엄마가 제 생일 상을 차리며 느꼈을 그 마음을 떠올려보며....이제서야 죄송했다고..그리고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네요... 물론 엄마는 더 이상 그 말을 받아 줄 수도 없는 먼 곳으로 가 버리셨지만요.. 오늘 따라 그 때 받았던 생일상이 그리워지고, 그 때 먹었던 엄마손 옥수수떡이 먹고 싶어지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모현동 변은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