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방송분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에 돌덩이 하나를 얹고 사는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 아침,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장 노점상에 자리를 깔고 직접 재배한 배추며 나물, 콩 등을 파시는 나의 어머니... 1남 3녀 라는 자식들 사회에 모두 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공부시키고 키우느라 온갖 고생 다 하셨으면서 이제 좀 편하게 지내시나 했는데 여전히 어머니는 시장으로 향하십니다. 큰 아들은 건설회사 과장으로, 둘째 딸은 일류 대학원 졸업해 병원에서.. 셋째 딸과 저 막내딸은 중·고등학교 교사로... 이렇게 4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셨죠.. 그동안 정말 피눈물나게 사셨는데...지금도 여전히 시장으로 나가시는 우리 어머니.... 시장이 우리 남매들을 키우고, 먹고 살게 했다고 생각하시죠.. 얼마 전엔 8년 만에 찾아오는 입시 한파로 춥다고 난리였는데.. 그 날도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배추사고, 나물 사라며 외치고 계셨죠. 퇴근하는 길...저는 먼발치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가슴으로 울며 지켜봤습니다. 시집 간 후도 친정 근처에서 살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것저것 부탁만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못마땅해서 혼자 속상해 하며 가슴으로 또 울었습니다 그 날 밤...결국 전화를 걸어 또 상처를 드리고 말았죠.. " 엄마 또 시장에 나갔지? 아니 도대체 몇 푼 번다고 추운데 자꾸 나가... 자식들이 용돈 안 드리는 것도 아니구...창피하게 왜 그래?.. " 이렇게 당당하게 고함을 치고는 할 만큼 했다며 위안을 삼고 있는 저...너무 싫었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차분하게 저를 설득하시더군요... "뭐 또 새삼스럽게..몸 멀쩡하겠다. 못할 꺼 뭐 있어....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이거 팔아서 너 약 지어 줄께.... " 시집간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 아기소식 없는 게 신경쓰이셨나 봅니다. 자식이 뭐라고.. 항상 엄마 생각만 하면 가슴 한 구석이 무겁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장 어느 한 켠 자리를 잡았을 당신을 생각하니 왜 이리 이놈의 날씨가 미운지요. 잠시 밖에 나갔다가 춥다고 얼른 뛰어들어오는 제 자신이 더욱 밉게 느껴지네요. 제발 우리 어머니 시장 나가시는 날은 따뜻한 봄처럼 햇살만 가득했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일은 그만 하셨으면 합니다. 일에 지친 당신이 좀 편안해지셨으면... 저희 4남매 모두들 열심히 살겠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문화동 정윤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