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방송분

지난 주..시어머니께서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혼자서 김장을 해야하게 됐습니다.. 양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늘 도와주시던 어머니 자리가 빠지니..쉬이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집안 일에는 무심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낚시광인 남편에게 평소 그렇게 사고 싶어하던 낚싯대를 하나 사주기로 약속하고 겨우 함께 할 수 있었죠.. 집에서 하는 유일한 소일거리라곤 늘 낚싯대를 조이고 닦는 것이었는데 고무장갑을 낀 남편의 모습이 좀 낯설고 우스웠습니다.. 하지만, 남편 덕분에 간이 죽어 무거워진 배추를 옮기는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죠.. 웬일인지 말을 잘 듣는 남편..평소에도 이렇게만 해준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말을 하자 남편은 "그럼, 낚싯대 자주자주 사줘~~"하며 너스레를 떨더군요. 낚싯대로 매수한 남편이었지만, 무거운 짐을 날라주는 남편이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양념 간을 보며 내내.. 맵다, 짜다, 뭔가 맛이 좀 부족하다.. 등등 까다로운 주문을 내세웠는데요... 둘이서 김치 담그는 그 시간만큼은 신혼 시절... 음식 만드는데 서툴러 남편이 간을 봐주던 그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아 자꾸 웃음이 났습니다.. 정말 까마득한 시간들입니다.. 결혼 초엔, '난 언제나 우리 신랑에게 맛있는 식탁을 차려줄 수 있을까?' 하며 한숨을 내쉬곤 했는데요.. 어느덧 김장을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만큼의 내공이 쌓였네요.. 김장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엔 아이들이 달려와 김치 맛을 보고 싶어했는데.. 그 모양이 꼭 새가 모이를 달라고 하는 듯 싶었죠.. 오랜만에 집안일 좀 했더니 허리, 팔, 다리가 아프다며 투덜대는 남편.. 하지만 왠지 모를 미소가 떠나질 않는 게..정말 힘들거나 싫어보이진 않았습니다.. 남편이 김장하는 날의 풍경처럼..조금만 더 가정에 충실해줬음 하는 바람을 가져봤구요.. 앞으로도 이렇게 작은 행복들을 찾으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서신동 박순희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