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방송분

얼마 전,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가 안내장을 꺼내 제 손에 건네주었습니다. 학예발표회가 있으니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는 내용이었죠.. "엄마 올 거지? 이번에 나 연극하거든...주인공이니까 꼭 와야 돼~~" "정말? 알았어... 엄마 꼭 갈게..."딸아이가 주인공이라는 말에 조금은 으쓱해져 약속을 했죠.. 그리고 발표회가 있던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평소 잘 입지 않던 정장차림으로 학교로 향했습니다. 발표회가 시작되자 유치부 아이들의 꼭두각시 춤에 이어 저학년들의 재즈댄스가 무대 위에 오르자 강당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딸아이가 출현한다는 연극이 시작되었죠.. 왠지 제가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딸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극은 끝나가는데..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다 스치는 생각...엄마가 학교에 오지 않을까봐 일부러 거짓말을 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조금은 앙큼한 생각에 웃음이 났죠.. 그렇게 허탈하게 연극은 끝이 났고, 집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데... 누군가 제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엄마 나 잘했지?" "뭘 잘해? 너..왜 거짓말했니? 아무리 봐도 없던데..." "엄마 못 봤어? 아이...무대 뒤에서 나무 역을 맡은 사람이 나였다구" 깜짝 놀랐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너가 주인공이라며?" "엄마..숲 속에 나무가 없어봐 그게 숲이야? 그러니까 내가 주인공이나 다름없지... 서로 안 하겠다고 해서 내가 자청했어..." 딸아이의 천진스런 태도에 웃음이 났고, 기특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 잘했어... 연극은 친구들끼리 화합이 제일 중요하지.. 우리 딸 최고네...." 그제서야 얼굴에 백만불짜리 미소를 보여주는 우리 딸....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딸 하나는 잘 둔 것 같네요...그렇죠?~~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시 효자동 전재숙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