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방송분

아내 없이 생활한지도 벌써 3주 째... 아침마다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죠.. 새벽부터 일어나 쌀 씻어 앉히고, 잠에 덜 깬 아이들을 목욕탕으로 보내 머리감기고, 세면 후 로션 발라주면.....어느새 "딩동댕~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하는 알람에 맞춰 아침식사를 하게 됩니다. 요즘 아침 식사에 자주 등장하는 메뉴는 닭죽! 지난 일요일, 인터넷으로 요리조리 요리법을 익힌 뒤..아이들에게 시식하도록 했는데요.. 맛이 괜찮았던지, 다시 한 번 해 달라고 졸라.. 연장 등장하고 있죠.. 3주 전, "여보, 나 집에서 공부하면 집중이 안되고 자꾸 딴 생각만 하게 돼, 앞으로 친정에서 다닐 테니깐 당신이 아이들 데리고 있어 줘~ 알았지!" 이처럼 아내의 짧은 이별 통보를 받고 그 까지 것.. 자취생활 3년, 군 생활 3년을 해낸 내가 5개월을 버티지 못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뜻, "알았어..집안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하고 와~"하면서 시작된 생활입니다. 벌써 3주째...아내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가 앉으면 될 줄 알았는데.. 이제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아직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퇴근하면 아이들 알림장 확인, 과제, 준비물 정리, 저녁식사, 빨래, 집안 정리, 청소, 옷 다리기..등등 매일 하는 일인데도, 좌충우돌 부딪치기 십상이네요.. 이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4학년 딸아이가 "아빠 오늘은 내가 밥 해놨어"하고, 2학년 아들녀석은 "나 설겆이 많이 늘었지?~" 하며 제 어깨를 가볍게 해주더군요. 그동안 맞벌이를 하면서도 퇴근 후 아내가 혼자 해왔을 일들을 엄마라서, 또는 주부라서 당연한 일인 듯 지켜보기만 했던 제가 한없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아내는 슈퍼우먼이 아닌데..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거들어 주지 못했네요.. 새삼, 아내의 빈자리를 깊이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이왕 허락하고, 시작한 일인만큼 충실히 실행해 내리라 다짐합니다.. 올해로 11년 동안 제 곁에 있어준 고마운 아내에게 감사를 전하며, 내년 3월에 있을 시험에 꼭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래 봅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송천동 박상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