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방송분

어제 밤...저녁 밥상을 물리고 온가족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요란하게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하는 맘으로 현관문을 연 순간, 낯선 아줌마의 씩씩거림에 잠시 당황을 해야했죠.. 그녀의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고서야, 사태의 심각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 저 애야.. 저 애가 내 머리 잡아당기고, 얼굴을 이렇게 만들었어요..혼내주세요.." 여자아이는 아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녀석은 지은 죄가 있는지 꽁무니를 빼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더군요..성급히 아들을 불러내 다그쳤죠.. 제 말에 잔뜩 주눅이 든 아들은 다짜고짜 "잘못했어요"를 연발했고, 무작정 울기 시작했습니다..이유가 어찌됐건 일단 여자아이 얼굴에 상처를 냈기에 아들대신 제가 대신 사과하고 겨우 모녀를 돌려보낼 수 있었죠.. 그들이 가고 아들과 단둘이 마주 앉은 저는 이유도 제대로 묻지 않고..아들을 호되게 혼내켰죠.. 한참을 울며불며 아이 입에서 나온 말..."민주가 엄마더러 '거지' 라잖아...." "거지? 엄마가 왜 거지야?" "엄마가 아파트 의류함 뒤져서 남이 버린 헌옷 주워 입는다고 우리 식구는 모두 거지 가족이래.... 앙앙앙~~" 아들은 그때까지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그 얘길 듣고 깜짝 놀랐죠..평소 아파트 폐품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저...성격탓인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생각지 않고, 이것저것 뒤적거리는 버릇이 있죠...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아이들 눈에 또 그렇게 비춰질지는 몰랐습니다.. 너무 속이 상해 혼자 우두커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들이 자진해 반성문을 써 왔더군요.. "엄마 죄송해요. 다음부터 친구들이 거지라고 놀려도 절대로 때리지 않을게요. 잘못했어요..사랑해요. -아들올림..-" 이번 일을 통해 많은 걸 느꼈습니다. 다짜고짜 아이를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아이를 혼내 킬 때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감정도 가라앉고, 이성도 찾을 수 있겠죠... 그리고 얼마 전, 새로 산 연고를 예쁘게 포장했습니다.. 민주라는 여자아이집에 들러.. 연고를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모현동 임소영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