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방송분

결혼하고 22년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명절에 친정에 가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세 끼 식사 준비를 했죠..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늦잠 한 번 늘어지게 자 보고 싶은게 가장 큰 소망이었죠... 시어머니와는 고부 갈등 없이 잘 지내는 편이었다고는 하지만, 몸이 자유롭지 않았던 건 며느리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죠. 여행을 가고 싶은 것도 마음뿐 실천을 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괜찮다며..놀러도 다니라고 하셨지만 제 마음이 편치 않아 그것도 실행하는 건 쉽지 않았죠. 어느정도 안정이 된 친구들은 결혼기념일을 기해 제주도니, 해외여행까지 다녀오곤 하던데.. 결단력없고, 무덤덤한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얼마전에는 심하게 투정을 부렸죠.. 그런데 지난주... 저녁 설거지가 끝나자 남편이 느닷없이 더 늦기전에 가을산에 한 번 다녀오자고 하더군요..그것도 그 밤에 당장 말이죠..내일 딱 하루 월차를 냈으니..오늘밤에 떠나야한다는 것이었죠..어머니께는 허락을 맡았다고 하더군요..남편의 갑작스런 제의에 깜짝 놀랐죠.. 어머니는 오랜만에 친구분들 불러놓고 집에서 노실거라며 걱정말라 하셨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다음 날, 어머니가 드실 음식을 준비해놓고 저녁 7시가 다 된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남편은 미리 시누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하룻밤을 묵고 갈거라 약속을 해놨더군요.. 자정이 다 되어서야 그곳에 도착했는데....우릴 기다리느라 잠도 못 자고 있던 시누이가 반갑게 맞아줬습니다... 그 날, 따뜻하게 대해준 시누이 덕분에 참으로 느긋하게 늦잠을 잘 수 있었고, 가만히 앉아 아침상까지 받아보았습니다. 이렇게 아침상 받아보는게 소원이었노라 너스레를 떨었더니..한 술 더 떠..22년간 친정어머니를 잘 모셔 준 언니라면 언제든 해줄 수 있다는 시누이.. 그동안 어머니 모시느라 제대로 여행한 번 다니지 못한 제 노고를 치하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알고 보니..제대로 실행 못하는 남편을 대신해 어머니와 시누이가 계획한 여행이었습니다.. 덕분에 22년 만에 벗어난 일상이었습니다..물론 새로운 충전이 됐구요... 마음이 좀 울적한 요즘이었는데...당분간은 이 기운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 참여해주신 전주 효자동 이은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