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일.. 여고동창 수경이네 큰 딸이 시집가는 날이었기에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대충 집안청소를 하고, 남편과 아이들 점심식사를 미리 차려놓고서야
외출 준비를 서둘렀죠.
그런데...가을빛 까칠해진 얼굴로 인해 찍어 바른 화장이 들떠 버렸더군요.
다시 세수를 하고 발라 봤지만 덕지덕지 벗겨지는 각질...
결국 맨 얼굴에 립스틱만 살짝 바르고, 옷장을 열었는데 마땅한 옷 한 벌이 없더군요.
이리저리 뒤적뒤적....유행 지난 정장 한 벌, 겨우 찾았건만 언제 이렇게 뱃살이 불어났는지...
결국 스웨터에 청바지를 차려 입고 버스에 몸을 실었죠..
깊어가는 가을 산자락에 나부끼는 억새가 쓸쓸해 보였습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무심코 손거울을 꺼냈는데...
가을 햇살에 선명하게 드러난 주근깨, 흰머리...40대 마지막 가을을 보내면서 요즘 유독
허전하고 쓸쓸했던 터....‘하긴 벌써 딸을 시집보내는 친구도 있는데...’
위안도 해봤지만 씁쓸하기 그지없더군요..
예식장에 도착하자, 번쩍번쩍 금붙이로 단장한 한 친구가 호들갑을 떨며 제 손을 덥석
잡더군요. 제 곁으로 모여든 친구들 매무새에 온 신경이 쏠렸습니다.
저도 당당해지려 안간힘을 써 봤는데..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작아진 내 알량한 자존심은
급기야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예식장을 빠져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날 따라 버스는 왜 그리 더디던지...
정류장 앞 국밥집에서 풍기는 구수한 냄새에 뱃속이 요동을 쳤습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 허기진 뱃속에 찬밥 한 덩이를 꾸역꾸역 삼키는데 남편이 물었죠..
“왜 벌써 왔어...밥 안 먹고 온 거야? ”
괜히 서럽고 남편이 미웠습니다. 식탁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죠..
남편은 말없이 제 어깨를 토닥이더니....
“내가 보기엔 당신이 제일 이뻐...” 뭘 안다는 것인지..
못난 자존심을 다 들켜버린 것만 같아 오히려 남편 말에 피식 웃고 말았죠..
그러나 친구들 화려한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제 사심이겠죠?
오늘 참여해주신
익산 함열의 진성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