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는 이야기요...

지난 토요일, 아버지 생신을 맞아 모처럼 친정나들이를 했습니다. 딸만 다섯이어서 일단 만났다 하면 번호표를 뽑아 말해야 할 정도로 시끌벅적한데요.부모님도 오랜만에 자식들 얼굴 보니 이말 저 말... 그 동안 쌓아 둔 이야기 풀어 놓으셨죠. 대화 나누다보면 그 얘기가 그 얘기.. 매번 모이면 하는 뻔한 레파토리인데요 만날 때마다 처음 듣는 것처럼 새롭고 눈물을 쏙 뺄 만큼 재미 난 이유가 뭘까요? 그 뻔한 레파토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저에 대한 추억이었죠. 딸 다섯 중에 셋째였던 저는 가장 예쁘고 재주 있다는 셋째딸이란 타이틀과는 전혀 달리 자타가 공인하는 말썽꾸러기 였습니다. 부모님 속도 많이 썩혀 드렸죠.다른 딸들은 다들 공부도 잘했고, 부모님 시키는 데로 따르는 순종형이었는데.. 유독 저만 공부머리도 별로였고 놀러다니기도 좋아했죠. 친정아버지는 딸 다섯을 무척 엄격하게 키우셨고... 또 아들이 없었기에 자연스레 집안 일, 밭일.. 모두 함께 해야 했는데요..휴일에도 아침 해 뜨기 전 밭 메러 가자 하시고, 숙제가 많은 날에도 집안 일을 모두 마쳐야만 공부하길 허락하셨죠.. 그 때 제가 머리를 굴린다는 게 온갖 핑계를 대가며 해가 뉘엿뉘엿 산을 넘어갈 때 집에 들어가곤 했죠.. 아버지 또한 늘 말씀을 거스르는 제가 미우셨을 테고.. 그래서 늘 절 보면 지게 작대기부터 찾곤 하셨죠.. 그런데!!!이런 것도 유전이라고... 우리 집의 하나 뿐인 아들이 딱 저 어릴 때 모습이네요. 학원 보내 놓으면 땡땡이 치기 일쑤고, 집에 곧장 들어오지 않으며 반드시 한 눈을 팔곤 늦게서야 집에 들어오네요.. 일단은 저도 매부터 찾곤 하는데요..날 닮아 그러나 싶다가도...... 분명 그때완 달리 해 달라는 거 다 해 주고, 저 어릴 때처럼 집안 일도 안 시키는데 왜 저러나 싶은 게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은 피식 웃고 맙니다.. 어릴 적 제가 그러고 다닐 때, 부모님 마음은 어떠셨을까 생각나서 일까요? 얼마나 속이 터지셨을까요?.. 딸 다섯 중 제일 말도 탈도 많았던 저... 지금도 이렇게 딸들이 모두 모이면 셋째 딸 저와... 하나뿐인 제 아들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말썽부리는 것도 정말 유전일까요? 전주 평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