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난한 가장이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었는데, 언제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특히 두 아들은 아버지를 돕기 위해 손수레를 끌고 언덕 비탈길을
오르내려야 했기에 늘 신발이 빨리 닳아 떨어지곤 했습니다.
며칠 전 아이들은 신발이 다 닳았다고 아버지에게 새 신발을 사 달라고 졸랐죠.
또 아내는 아이들이 부잡해 옷이 빨리 더러워지니 세탁기를 사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가난한 가장은 그 돈을 또 어떻게 구하나 고민을 하다 결국 생활에 가장 필요한 세탁기를
먼저 장만하기로 하고 신문 광고란을 뒤져 중고품 파는 집을 찾아갔죠.
중고품을 내놓은 집은 아주 크고 훌륭한 저택이었습니다. 주인 부부는 친절히 그를 맞았죠.
아주 싼값에 세탁기를 구입한 그는 기분이 좋아서 주인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무심코 가정사가 나오게 됐고, 아이들 이야기를 하게 됐죠.
"우리 두 녀석은 저를 도와 일을 잘 합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신발이 빨리 닳아
새 신발을 사달라고 난리인데..장만할 돈이 마땅 칠 않습니다.
그래도 사주기는 사 줘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웬일인지 부인 얼굴이 이상해지더니 금방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당황한 남자가 영문도 모른 채 사과를 하자, 주인은 말을 이어갔죠.
"아닙니다..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 신발 때문에 걱정하셨죠? 우리에겐 어린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는 태어난 후 아직 한 번도 걸음을 옮긴 적이 없답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신발을 신고 걸어다녀 한 켤레만이라도 닳아 못 신게 된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할말을 잃고 말았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은 비록 가난한 가장이나
가족들이 건강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죠. 그가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의 떨어진 운동화를 봤을 때, 그처럼
사랑스럽게 보일 수 없었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문화동 최명호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