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하게 저축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산 덕분에 그녀는 마침내 새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전날 한숨도 못 자고 꼬박 새운 그녀는 이삿짐을 정리하면서도 피곤한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정리가 미쳐 끝나기도 전에 정전이 되어 난감했습니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겨우 양초를 찾아 불을 밝혔습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앞집에 산다는 웬 소녀가 양손을 뒤로 한 채 서있었습니다.
"아줌마,초있어요?"
소녀의 말에 그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이사를 잘못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사 온 첫날부터 앞집 사람이 아이에게 물건을 빌려오라고 시키다니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녀는 망설였습니다. 자신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앞집 사람에게 양초를 순순히 빌려주면 다음에는 또 무엇을 요구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버릇을 고쳐놔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매몰차게 말했습니다.
"아줌마가 이제 막 이사를 와서 양초가 없단다."
그녀가 막 문을 닫으려고 할 때였습니다. 소녀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저기요 우리 엄마가 이걸 갖다드리라고 했거든요."
앞으로 내민 소녀의 양손에는 제 팔뚝만한 양초 두 자루가 들려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못해 멀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전주 서신동 전경화(016-628-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