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밖의 사랑

도심 외곽에 있는 어느 공동묘지 관리인에게 한가지 근심이 생겼습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한 주일도 거르지 않고 한 여인으로부터 편지와 우편환이 동봉되어 왔었습니다. 죽은자기 아들의 무덤에 꽃다발을 놓아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여인이 직접 찾아온다는 말에 관리인은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그 여인이 찾아왔습니다. 병색이 완연한 여인은 커다란 꽃다발을 안고 와서는 그 관리인에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아들 무덤에 꽃을 놓아주려고요. 사실 전 앞으로 한달도 살지 못할 중병에 걸렸어요.처음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견딜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몸을 돌보지 않은 탓에 몹쓸 병까지 걸렸어요. 어쨌든 그래서 마지막으로....." 관리인은 그녀의 초췌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말씀을 드릴려고 했는데......꽃다발을 놓아달라며 계속 돈을 보내주시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관리인의 말에 여인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유감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 꽃을 보거나 향기를 맡을 수가 없어요. 그러나 여기서 가까운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꽃은 생명과도 같은 의미일테니까요. 그들은 직접 눈으로 꽃을 보고 냄새를 맡으면서 건강해질 자신을 그려볼 것입니다. 비록 아픈몸으로 병원에 있지만 그들은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여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잠시 자리에 앉아 있다가 말없이 돌아갔습니다. 몇달이 지난 뒤 관리인은 자기 눈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한달밖에 살지 못한다고 하던 그 여인이 다시 찾아온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환한 웃음까지 지으며 와서는 관리인에게 말했습니다. "그때 했던 당신 말이 맞았어요. 그래서 직접 꽃다발을 병원 환자들에게 갖다 주기 시작했어요. 환자들은 마치 새 생명을 얻은 듯 매우 기뻐하더군요. 그리고 더욱 기쁜 사실은 제 중병이 씻은 듯 나았다는 거예요. 의사들조차 기적이라는 말만 하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데요. 하지만 저는 분명히 알고 있어요. 지금 저는 삶의 목표를 다시 찾았답니다." 여인은 밝게 웃으며 관리인에게 목례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녀가 되찾은 삶의 목표는 곧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던 몇 달 전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꽃을 통해 생명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깨달은 셈입니다. 비록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고 그로 인해 중병에 걸렸지만 그녀는 늦게나마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입니다.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자신의 삶을 조용히 되짚어보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그리고 왜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지 우리는 늘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