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나무의 사랑이야기

해변의 절벽, 오랜 풍화작용을 견디다 못한 바위들이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져 내리는 곳. 어느날 그 틈에서 새파란 싹이 돋아났습니다. "나 여기서 살아도 돼?" 작은 싹이 말했습니다. "위험해, 여긴 네가 살만한 곳이 못돼." 바위는 냉정히 말했습니다. "하지만 늦었어. 이미 난 뿌리를 내렸는 걸." "넓고 넓은 세상을 놔 두고 왜 하필 이곳으로 왔어?" "운명이야, 바람이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 걸." 그 좁은 틈에서도 작은 싹이 무럭무럭 자라 나무가 됐습니다. 바위는 나무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른 곳에 뿌리를 내렸으면 넌 정말 멋진 나무가 되었을 텐데..." "그런 말 하지마. 난 이곳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무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커가면 커갈수록 물이 부족했습니다. "조금 더 뿌리를 깊이 내려봐." 바위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무의 무게를 점점 버티기가 힘들어져만 갔고,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내릴수록 바위에 작은 균열들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나무와 바위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몇 억 년이 지난 어느 날... 바위가 말했습니다. "나무야. 나 더 이상은 버틸 스 없을 것 같아! 나 이곳에서 십 억 년을 살아왔어.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십 억 년을 기다려 왔던 거야. 네가 오기 전에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 네가 오고서야 난 기쁨이 뭔지도 알았어." "나도 그래. 난 이곳에 살면서 한번도 슬퍼하지 않았어. 너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날 밤, 심한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나무는 바위를 꼭 끌어안고 운명을 같이 하였습니다. 당신이 내 가슴에 뿌리를 내린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날마다 쪼개지는 바위가 되더라도 행복하겠습니다. 비록 그것이 살을 찢는 고통보다 더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위해 같이 눈 감을 수 있는 고통을 선택하겠습니다. 출처: 가톨릭굿뉴스 익산시 영등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