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판서 김좌명의 집 하인 최술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어머니의 엄격한 가르침과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
그는 똑똑하고 사리에 밝았으며 학문에도 능통해 김좌명은 그를 아전으로 삼아
중요한 일을 맡겼죠.
그런데 하루는 최술의 어머니가 김좌명을 찾아왔습니다.
"대감님, 구실을 만들어 제 아들놈을 파면시켜 주십시오."
"알다가도 모를 일이군. 남들은 벼슬을 시켜 달라고 졸라대는데,
자네는 아들의 벼슬을 높여 달라기는커녕 어찌하여 그만두게 하려는가?"
김좌명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그럴 사정이 있다며 차근차근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이 늙은 것이 홀로 되어 모든 희망을 그 아이에게 걸고 살면서 학문의 진전됨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또 대감께서 제 아이를 어여뻐 여겨 중한
벼슬을 주시니 그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녹봉을 받아 쌀밥을
먹게 된 지금, 제 마음은 겨밥을 먹던 지난날보다 더 편지 않습니다."
김좌명이 궁금해하며 이유를 묻자 그는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아들놈을 대감께서 중히 써 주시니 당연한 줄 여기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그 놈이 어느 부잣집의 사위가 되었는데,
글쎄 처가에서 밥상을 받고는 음식투정을 했다지 뭡니까? 벌써부터 이런 교만한 마음이
생긴 그 녀석을 큰돈 만지는 이 관청에 계속 두었다가는 죄를 저지르고 말지도
모릅니다. 부디 아들놈의 직책을 벗겨 새롭게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김좌명은 그의 말에 크게 감복해 최술을 면직시킨 뒤,
그가 더욱 학문에 정진하도록 뒤에서 도와주었습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 문화동의 이재석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