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마을에 조그만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바로 그 마을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70년을 함께 살아온 노 부부의
결혼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죠..
노부부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그들이 한번도 큰소리 치면서
싸우는 것을 본 일도, 술자리에서나 빨래터에서 부부가 서로를 헐뜯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없었죠.
노부부의 얼굴에선 언제나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잔치가 열리 던 날, 노부부의 집 조그만 앞마당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죠.
그들의 집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거실 탁자 위에 놓여진 깨진 꽃병은
잔치집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보기 흉한 것이었습니다. 몇몇 아낙들이 그것을 치우려 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그 자리에 놔둘 것을 부탁했죠. 이윽고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손님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거실로 나왔습니다. 사람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서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죠. "대단치도 않은 일로 많이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남편과 내가 결혼한 지 벌써 50년이나 되었군요. 그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집니다.
남편과 제가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결혼생활을 지속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 탁자 위의 깨진 꽃병 때문이랍니다. 남편에게 실망을 느낄 때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 빠져 괴로울 때 저 꽃병이 나를 지켜주었지요.
51 년 전 늠름한 청년이었던 남편은 제 방에서 청혼을 했습니다. 그때 가슴이 얼마나 뛰던지요.
감격한 나머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그만 탁자 위의 꽃병을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깨진 꽃병은 그 날의 내가 느낀 감격,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감격을 늘 되새기기 위해
꽃병을 눈에 잘 뛰는 곳에 놓아두었지요...."
할머니가 말을 마치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탁자 위로 모아졌습니다.
깨진 꽃병은 빛을 받아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죠.
오늘 참여해주신
군산시 문화동 김명훈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