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던 여섯 살 난 유리네 집에 불행이 닥쳤습니다.
아빠가 하던 일이 잘못돼 주저앉으면서 생계마저 막막해진 것입니다.
하루하루 한숨만 늘어가던 엄마가 어느 날 화장대 뒤 빈틈에 500원짜리 동전을
던져 넣으며 말했습니다. "유리는 아빠 생일날 뭐 사드리고 싶어?"
"음...아빠 신발.." "신발? 그럼 우리 그때까지 여기다 돈을 모으자.."
저금통 대신 화장대 뒤편 작은 틈새에 돈을 모으기로 한 것이죠.
유리는 작은 얼굴을 힘차게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그 일을 까맣게 잊어 버렸죠.
노란 개나리가 핀 어느 봄..아빠의 생일 전날 엄마는 털어봐야 빠듯하기만 한 쭉정이 지갑을 들고
속이 상해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때 유리가 화장대 뒤를 가리키며 말했죠.
"엄마, 저기 아빠 신발.." "신발?"
의아해하던 엄마는 유리의 진지한 얼굴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러자 가물가물 기억이 떠올랐죠.
엄마는 화장대를 앞으로 당겨 봤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낀 그 틈새엔 어느새 동전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세상에 언제 이렇게.." 유리가 제 용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화장대 틈새 비밀저금통에
넣어 둔 것이었죠.
유리와 엄마는 손을 꼬옥 잡고 그 길로 시장에 가서 아빠 발에 꼭 맞는 튼튼한
신발을 샀습니다. 기운을 차린 아빠는 유리가 사 준 새 구두를 신고 새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유리가 아빠에게 달려가 안기며 소곤소곤 귓속말을 했습니다.
"아빠,,,이제 엄마 신발 사 줘야 돼."
"그래..그리고 그 다음엔 유리 신발 사자.."
아빠는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유리에게 줬습니다.
유리는 그 동전을 비밀 아닌 비밀 저금통에 넣었죠..
오늘 참여해주신
정읍 수성동의 박정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