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왕이 몹쓸 병에 걸려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현자가 왕에게 기막힌 처방을 알려주었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적삼을 입으면 병이 낫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신하들이 행복한 사람을 찾아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습니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했죠.
"제가 가진 땅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재물은 창고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저는 세상의 미인들을 모두 아내로 삼아보았지만 아직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만일 제가 모은 재산이 대대로 이어지고, 제가 영원히 죽지 않을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던 중 한 신하가 어느 한적한 시골에 이르렀습니다. 신하는 날이 저물자
농사를 짓는 부부에게 하룻밤 묵을 잠자리를 청했죠. 농사꾼 부부는 나그네의 옷차림새가
범상치 않음을 알고, 그에게 무슨 일로 이런 산골에 왔느냐고 물었죠.
신하는 약간 귀찮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농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턱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신하로부터 자초지종의 얘기를 들은 부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이상한 일이군요.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니요.
우리는 이렇게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데요..."
그 말을 들은 신하는 부부를 비웃었죠. 이런 보잘것없는 집에 살면서 간신히 끼니를 잇고 있는
농사꾼 부부가 행복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한 사람은 이 부부가 처음이었죠.
그래서 신하는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 걱정되어 부부에게 속적삼을 팔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농사꾼 부부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당신에게 팔 게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여태껏 속적삼을 입어본 일이 없거든요."
오늘 좋은생각 좋은아침에 글 주신
익산 영등동의 변해림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