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유난히 말씀이 없는 분이어서 그 분으로부터 옛날 얘기나 어린 시절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아버지는 문득 나를 부르시더니 당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여덟 살 때, 증조할아버지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참을 서로 아무 말 없이 걷다가 증조할아버지가 갑자기 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으셨습니다.
“피터야, 네가 학교에 다니게 되었으니 참 기쁜 일이다. 이제 글씨도 읽을 줄 아니까, 이 말발굽 자국에 무엇이 쓰여져 있는지 살펴보고 할아버지에게 말해 줄 수 있겠니?”
“할아버지, 말발굽 자국에는 글씨가 없어요.”
“피터야, 그 안에는 분명히 뭐라고 쓰여 있단다. 너는 그런 것을 읽는 법도 반드시 알아야 한단다.”
“전 정말 아무것도 볼 수 없어요.”
“피터야, 네가 만일 좀더 자세히 본다면, 너는 이 말발굽 자국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자세히 보아라. 이 말발굽에 박혀 있는 못이 이미 세개나 떨어졌단다. 만약 이 말이 내일도 그냥 이대로 읍내에 들어간다면 돌아올 때는 분명 말발굽이 떨어져서 발에 상처를 입고 돌아올 것이다. 알겠니? 어떤 것은 글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해 준단다. 세상을 사는 데는 이런 것을 읽어 내는 눈이 반드시 필요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