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네 집은 갑작스레 부도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살던 집을 떠나, 변두리 달동네로 이사를 가게 됐죠. 정원까지 딸린 넓은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영수는 새로 이사간 동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크....냄새...."여기 저기서 이상한 냄새가 나, 영수는 코를 콱 틀어막았습니다.
더구나 창문하나 없는 지하 단칸방이라니..풀고 말고 할 짐도, 둘 곳도 변변치 않은
이사는 두 시간도 채 못 돼 끝났습니다.
그 날 이후,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한 게 죄라도 되는 듯 가족들에게 미안해했고
엄마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낮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콧잔등조차 보이지 않는
옴팡짐을 늘 답답해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어둡고 답답할 때만 켜는 백열등을 켠 후, 엄마가 한숨처럼 말을 이었죠..
"아휴...창문 하나만 있어도 살 것 같은데..."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외출한 틈을 타
영수와 아버지가 일을 꾸몄습니다. 벽에 창문을 그리기로 한 것이죠.
키가 작은 영수는 까치발로 서서 열심히 창틀을 그리고, 아버지는 그 창틀에 나무색
페인트를 칠하고 군대에서 해 본 바느질 솜씨로 낡은 천으로 커튼도 만들어 달았습니다.
"자, 어떠냐?"....."와, 진짜 같다...."
부자는 서로 마주보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습니다. 손바닥만한 벽에 창이 생긴 것이죠.
저녁 무렵, 어머니가 돌아와 방문을 열었습니다.
"어머, 저게 뭐야? 세상에..."
벽에 달린 커튼과 눈을 맞춘 어머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었습니다.
아무일도 없는 척, 책과 신문을 보고 있던 영수와 아빠는 얼른 일어나 다가갔죠...
영수는 커튼을 양쪽으로 열어 끈으로 묶었습니다. 창문이 드러나고 나무와 꽃도 보였죠..
세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