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선생이 상해 임시정부에 있을 때 한 젊은이가 찾아왔습니다. 김구선생이 그를 만나려고 하자 비서를 비롯해 주위 사람들은, 그가 일본에서 건너 왔다는 이유와 독립운동에 몸을 바치겠다고 떠들고 다니는 등의 행동 자체가 이상해 만남을 반대했습니다. 더욱이 일본말과 우리말을 섞어 쓰고 임시정부를 가정부라고 일본식으로 부르는 등 그의 언행은 더욱 의심스럽기만 했죠.. 그러나 김구 선생은 그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는 독립운동을 하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가난과 병만 얻어 상해로 온 일이며, 오랜 일본 생활과 그곳에서 배운 일본어 때문에 자신이 처한 곤란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당분간만 거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역시 주위에선 만류했지만, 김구 선생은 젊은이의 남루한 옷차림 뒤에 숨겨진 사람됨을 한눈에 알아보고 당시로서는 큰돈인 천 원을 선뜻 내주며 생활을 돌보게 했죠. 물론 차용증 같은 것은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오직 젊은이의 사람됨만을 담보로 잡은 셈이었습니다. 이 젊은이가 바로 훗날 일본 왕을 저격하고 형무소에서 순국한 '이봉창' 이었습니다. 일본형무소로 끌려가기 전 이봉창은 "내 평생 나를 완전히 신임해 준 분은 김 구 선생님뿐입니다. 그 분이 나를 그토록 믿어 주시는데, 내가 어찌 목숨인들 아낄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분에게서 나라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라며 생사를 알 수 없는 길을 떠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구 선생은 이봉창에게 보여 준 신임을 많은 젊은이들에게도 베풀었는데, 같은 겨레를 믿는 일이 곧 또 다른 독립운동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 주었던 것이죠. 김구 선생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 중에 가장 으뜸인 것이 어질 '인' 이며, 그 다음이 믿을 '신' 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