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골이라는 골짜기 마을에 칼을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칼만큼은 갈기만 할뿐 어떤 용도로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칼은 녹슬게 마련이데 그 칼은 녹슬 겨를이 없었습니다.쓰지도 않는 그 칼을 쇳돌에 가는 일만큼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른 칼보다 더 정성을 들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 못한 옆집 친구가 물었습니다.
"아무 곳에도 사용하지 않는 칼을 갈긴 왜 그리 열심히 가는 거야?"
그 사람이 소탈하게 뭇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나를 찌르기 위해서 라네."
세상엔 많은 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칼들은 다 쓰이는 용도가 있습니다. 요리를 만들기 위한 칼도 있고, 주인을 잘못만난 어느 칼은 강도짓을 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자신을 찌르기 위한 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내 탓이라고 하는 삶은 많지 않고 남의 탓이라고 하는 삶은 많은 게 요즘 세상돌아가는 세태입니다.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도,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어도 내탓은 없고 상대 탓만 있습니다.목소리 큰 삶이 이기는 게 법이라며,무조건 큰소리부터 치고 보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어느 사람이든 알고 있습니다.시비가 붙었을 때 잘못한 사람이 누구인지를.그런데도 시치미 뚝 떼고 책임을 전가 시키려 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게 요즘 세상입니다.그것은 다 남을 찌르는 칼은 가지고 있어도, 사신을 찌르는 칼 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방 중앙에 자신을 찌르는 칼 하나 준비하고 자신을 찌르는 칼 하나 준비하고 산다면,세상은 지금처럼 각박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서 자신을 찌르는 칼 하나는 필요합니다. 아직 없다면 하나 준비해 두세요. 그 칼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을 알게 하는 칼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보다도 마음을 평화롭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