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지 40여 년이 된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동창회를 하기 위해 학교로 모여들었습니다.
오랜만에 교정을 찾은 그들은 어느 때보다도 발걸음이 가벼웠고,
마음은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듯 젊어진 기분이었죠.
장관이 된 사람, 학자가 된 사람, 유명작가, 의사 등
그들 대부분은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중견 인물들이었죠.
“어, 자네..오랜만이네..”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군..”
동창생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몹시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배지를
가슴에 달고 나왔죠. 배지를 달지 않은 친구들도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거들먹거리며 자신의 위치를 얘기하곤 했죠.
그 때문에 동창회장은 어느새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장소가 돼 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마다 가슴을 내밀고 한껏 자신을 뽐내며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현직 장관으로 있는 한 동창생이 식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이, 반갑네..조금 늦었군..”
한 친구가 먼저 나와서 악수를 청하며 그의 가슴에 달린 학교 배지를 보고 물었습니다.
“아니, 자네는 동창회 사무실에서 근무하나?
장관이라는 사람이 금 배지를 달지 않고 이게 뭔가?“
그러자 장관인 동창생이 빙긋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오늘은 내가 장관의 신분으로 나온 것이 아니고 동창으로 나온 걸세...
그러니 학교 배지를 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