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방도시에 중년의 집배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갓 스물 청년시절부터 왕복 오십 리 길을 매일 같이 오가며
짜고, 쓰고, 달고, 매운 사연들을 배달해왔습니다.
그렇게 20년 세월이 흐르고 참 많은 것이 변했지만 우체국에서
마을로 이어진 길에는 예나 지금이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이 모래 먼지만 뿌옇게 일고 있었습니다.
"대체 언제까지나 이 황폐한 길을 다녀야 하는 걸까?"
이런 먼짓길에서 쳇바퀴를 도는 사이 인생이 그대로 끝나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늘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우편배달을 마치고 시름에 잠겨 돌아가던
길에 꽃가게 앞을 지나게 됐습니다.
"그래, 이거야"
그는 무릎을 탁 친 뒤에 가게에 들어가 들꽃 씨를 한줌 샀습니다.
그 뒤 다음날부터 그 꽃씨를 가지고 다니며 오가는 길에 뿌렸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꽃씨를 뿌리는 일은 계속됐습니다.
얼마 후, 그가 이십 년을 하루같이 다니던 삭막한 길에는 노랑, 빨강 꽃들이 다투어 피었습니다.
여름에는 여름 꽃이 가을에는 가을꽃이 ....쉬지 않고 피었습니다.
꽃씨와 꽃향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가 평생 배달한 그 어떤
우편물보다도 기쁜 선물이었고 모래 먼지 대신 꽃잎이 날리는
길에서 휘파람을 불며 페달을 밟는 그는 이제 더 이상
외로운 집배원도, 불행한 집배원도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