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불편한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도전도 해 보기 전에 지레 포기해 버리곤 했던 아들과
그렇게 나약한 아들이 늘 안타까웠던 아버지가 처음하는 산행이었습니다.
그것은 누가 보기에도 힘든 여정이었죠.
가파른 길을 오를 때마다 아들은 넘어지고 깨지고, 돌부리에 채여
피가 나기도 했지만 산을 오르며 만나게 된 사람들의 격려로,
또 아버지가 내민 손을 잡으며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힘을 내라,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야.."
"예, 아버지....헉헉.."
한 걸음 한 걸음이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차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더디고 힘든 길이었죠.
몇 걸음 가다 물 마시고 몇 걸음 가다 땀 식히고...그러는 사이 모두가 이들 부자를
앞질러 갔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릅니다.
해가 저물어 갈 무렵에서야 부자는 정상이 코앞에 보이는 곳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정상입니다." 기쁨에 들뜬 아들이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걸음을 떼려는 순간, 아버지가 그를 가로막았습니다.
"자, 자..이제 그만 내려가자.."
"네? 꼭대기가 바로 저긴데....내려가자구요?"
아버지는 땀으로 범벅이 된 아들의 얼굴을 정성스레 닦아주며 지금 내려가야 하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우리는 산에 오르기 위해서 왔지, 정상을 밟으려고 온 건 아니다..
네가 지금 정상에 서면 다시는 이렇게 힘든 산을 오르려고 하지 않을 게 아니냐?"
아버지의 말을 다 듣고 난 아들은 말없이 산을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