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농부가 그 마을에서
학식과 덕망이 높기로 소문이 나있는 선비를 찾아갔습니다.
"선비님, 부탁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선비님의 지혜와 덕으로 제 어려움을 해결해 주십시오.
제게는 오랫동안 사귀어온 절친한 친구가 한 사람 있습니다.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고,
우정을 키우며, 무엇이든 동고 동락 했죠..
그런데 그 친구가 어느날 장사로 크게 돈을 번 뒤, 확 변해 버렸습니다.
이제는 길에서 만나도 아는 척도 하지 않죠...
아니 인사는커녕, 저를 전혀 모른다는 듯 그냥 지나쳐 버린답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선비는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더니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습니다.
"이쪽으로 와서 창을 내다보게나. 무엇이 보이는가?"
"산이 보입니다. 집들도 보이구요.
빨래하는 아낙네들과, 논길을 거니는 어르신도 보입니다.
갓 을 쓴 선비 한 분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네요...."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런가, 그럼 이번에는 이리로 와서 거울을 보게나.
무엇이 보이는가?"
"저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또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그런 걸세.... 인간은 돈을 갖고 있지 않을 때에는
자네가 창문에서 본 것처럼 무엇이든 볼 수 있지.
그러나 재물이 조금 생기면 유리 뒤에 종이를 발라 놓은 것처럼
자기 자신밖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게 되고 만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