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친구와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시내 한 복판에서 여러개의 종이박스를 모아...
힘들게 끌고 가시는 할머니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다른땐 냉정하게 모르는 척 하면서 돌아서는데...
이상하게 그런 할머니들 앞에선 저의 차가운 냉정함도 스르르 녹아버립니다.
자꾸만 눈길이 가더니...어느새 전...힘겨워 보이는 할머니께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원래 남들 눈을 신경쓰지 않는 저였지만...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건...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문제였어요.
학교 친구들이 볼 수도 있고...
할머니와 아는 사이인가?? 오해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그런 오해쯤이야...어떻든...상관도 없는데 말이에요.
겨우 도와드리고...할머니의 고맙단 말을 뒤로 한 채...집으로 돌아오는길...
지난해 겨울에 돌아가신...저희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이제 그만 집에서 쉬시라는 아빠, 엄마의 설득에도 끄떡없던 우리 할머니...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며...
365일...1년 내내 시장에 나가셔서 생강을 팔곤 하셨죠.
그런 할머니가 조금은 창피하게 느껴지디고 했었어요...참 어리석게도...
그렇게 고생만 하시더니...갑자기 위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지 이주일만에 돌아가셨습니다.
한번은, 다음 수업이 2시간 정도가 남아서...
친구들과 시내에 다녀오자며 시내로 놀러나간 날이었어요.
익산 시내는...시장과도 아주 가까운 거리더군요.
한참을 이곳저곳...돌아다니는데...저 멀리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생강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요...
평소처럼...애교있게 "할머니~" 하며 달려가면 될 것을...
할머니와 눈이 마주친 저는... 친구들의 손을 이끌고 서둘러 자리를 옮겼습니다.
할머니가 저의 이름을 부르면 어쩌나...하며
반가워 손을 내미려는 할머니를 뒤로 한 채 열심히도 도망을 갔었습니다.
그날 저녁...아무렇지도 않게 "이제 오냐?" 라며 인사를 건네는 할머니 품에 안겨...
얼마나 울었던지요...
아무말 없이 꼬~옥 안아 주시는 할머니 품이 그렇게 따뜻했습니다.
할머니가...너무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