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알다가도 모를 사람입니다.
집에서는 "우리 마나님!" 하며 갖은 애교와 어리광을 부리다가도
일단 밖에서 저를 보면 "50m접근 금지"라고 못을 박고, 절대로 그 선을 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농담인 듯 싶지만, 사실입니다.
저도 아가씨 시절에는 50kg도 안 되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외모도 괜찮아
뭇 남성들 꽤나 울렸었는데요..흐르는 세월이 죄라고 먹고사는데 정신 없이 살아오다보니
자연스레 몸도 약간 불어나고.... 참고로 현재는 70kg정도 됩니다.
가정주부들은 대부분 평균몸무게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데...아닌가요?
여하튼 세월과 환경이 절 변화시킨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엊그제, 남편 직장에서 부부동반 회식이 있었답니다. 한데, 우리 남편!
제게는 지방 출장이라고 거짓말 한 후, 회사회식자리에 혼자 나간 거 있죠!!
그렇게 거짓말하고 갔으면, 끝까지 완벽한 비밀로 만들던가요...
다음 날 새벽 3시쯤 남편의 직속 부장님께 연락이 왔는데요..
왜 회식자리에 같이 안 왔냐며 묻더니, 남편이 많이 취했다고 데리러 와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의가 없어 모른 척 하려다
그래도 좀 불쌍한 마음에 남편이 있는 곳으로 그 새벽에 달려갔죠.
그런데, 우리 남편 어땠는 줄 아세요? 술이 취한 상태에서도 저를 보고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부릅뜨며 "50m,‘50m떨어져!!"하고 소리치는 거 있죠?
옆에 있던 남편 동료 분들 보기에도 민망해서 대충 남편을 추스르고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나와 택시를 잡았죠. 그런데, 남편이 택시 안에서 하는 말은
더욱 저를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줌마!! 아줌마 누구세요? 저, 이 아줌마 모르는 사람이거든요"하며 택시아저씨에게 설명을 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택시 문을 열어 남편을 밀어내 버리고 혼자 오려다,
술도 마신데다..그러면 저도 똑같은 사람이 되겠다 싶어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그리고 술이 깬 다음날 아침!
저는 도저히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남편한테 따지기 시작했죠.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내가 남이야? 남이냐고? 그럴거면 결혼은 왜 했는데!!"
그랬더니 남편은 갑자기 와락 저를 안으며 그러더군요..
"다 자기가 이뻐서 하는 장난인데 삐졌어? 미안해~~갔다올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출근하는 남편....그 날도 남편의 묘수에 얼렁뚱땅 넘어가고 말았는데요.
얄미워 죽겠는데도, 또 어느덧 남편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저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곤 합니다. 어제도 남편은 갑자기 야근이라며 전화를 했는데,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모르겠네요... 남편의 말대로 정말, 제가 예뻐 장난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