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과 저승의) 아름다운 만남

어제는 대학 선배님 아들 준형이의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서울에서 투병하다 최근에 전주에 내려와 예수병원을 잠시 입원후 현재는 전북대학병원에 입원중입니다. 병은 '암의 일종'인데...희귀한 병으로 치료가 어려운 불치병에 가까운 병입니다. 병 발생이 언제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준형의 엄마는 몇 해 동안 당신의 삶도 포기한채 병원에서만 준형의 병 수발에 고생중이며, 선배님 또한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사회의 궂은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생활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선배님으로부터 준형의 운명이 거의 끝날 것 같다는 소식을 접했고, 저녁에 모임의 몇몇 선배님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 방문을 들어서면서부터 평소와 달리 인사도 하는둥마는둥하고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전에 가끔씩 보던 준형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아홉살의 나이로 각종 영양제를 팔에 꼿고 절룩거리는 불편한 몸으로도 가끔씩 형을 찾던 동생과 너무도 사이좋게 장난치던 밝게웃던 개구쟁이 준형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병실 침대에 지친 몸을 의지하며 암의 전이로 한쪽 폐며 후두의 손상으로 잦은 기침과 함께 힘없이 응시하던 눈동자, 거기에서 저는 준형이가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인생의 절망을 느꼈음을 보았습니다. 저는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참만에에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습니다. '준형아! 힘들지...꼭 좋아질거야... 힘내...'하며 팔을 쓰다듬었습니다. 준형이는 아무런 반응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준형이도 이제는 스스로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 또다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잠시후 선배님과 함께 밖으로 나왔고, 평소에도 그랬지만 선배님은 당시의 상황을 대수롭지 않듯이 '남의 자식' 말하듯 지금까지 경과며 앞으로 일을 편하게 말해주었습니다. - 생사를 앞둔 준형이을 병문안하는 사람들과 형수님의 눈물, 엄마를 울지 못하게 하는 준형의 모습, 신부님의 기도, 준형의 투병 의지 및 살고 싶어하는 생의 애착 표현 등....- 한참을 들으니 말문이 막히고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말씀하시던 선배님도 평소와는 달리 감정의 흔들림을 느껴습니다. 마지막 선배님 말씀은 "기적이 있으면 준형이가 건강하게 회복될거야" 라며 말을 마쳤다. 평소엔 준형의 아픔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선배님도, 막상 아들의 생사 갈림길에서...다시한번 준형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적을...가족과 함께 너무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다시 병실로 들어가 엄마을 대신해서 준영이에게 위로금을 주었습니다. 준영이는 축 처진 몸으로 토라진 아이처럼 관심없이 머리맡에 봉투를 쳐다보았습니다. 힘없이 바라보는 준영이의 눈동자엔 선물보다는...쾌유를...건강을....기적을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오늘은 FM모닝쇼 가족들과 함께 준형이가 다시 쾌유하여, 예전보다 더 맑고 밝게 웃으며 생활할 수 있는 '기적'을 가절히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만에하나 준형이가 잘 못 되더라도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영화에서 나오는 그 이상으로 더욱 빛나고 찬란하고 아름답웠던..더욱 아름다운 가정이 되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임실군 오수면에서 선배님과 준형이와 가족을 사랑하는 후배 태현이가 올립니다..... = FM모닝쇼에서 준형이에게 마지막 희망의 선물을 부탁드립니다= 장소 : 전북대학병원 본관 4층 47호실 정준형(아빠 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