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을 받아 더 뽀얀 태권도 복을 입고 힘차게 뛰어나가는
아들녀석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행복이 절로 느껴집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겨울방학을 시작하면서부터 태권도 학원 보내 달라고
노래를 불렀었는데....보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엄마의 마음과 경제적인 여유가 일치하지 않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태권도에, 영어, 수학..피아노 등등 두 세 곳은 기본이라는데..
우리 아이는 집에서 하는 학습지가 전부였죠..
자식한테 뭐 하나 해줄 수 없을 때 가장 맘 아프다더니,
겨울방학 내내 집에만 있는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더군요.
그렇다고, 밥값이라도 아껴보겠다고 늘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 성실한 남편에게
투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구요..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해도
쉽게 구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이런 엄마의 마음을 하늘이 아셨는지 얼마전 문을 연,
집 근처 편의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구하더군요...
하지만 저 같은 주부를 뽑을까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편의점을 찾았죠..
뜻밖에도 사장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고,,
게다가 시간도 배려해 주신 덕분에 아이와 남편이 직장과 학교로 향한 뒤
5시간씩 몰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꼭 한 달이 지난 엊그제...
제 손에 쥐어진 하얀 봉투...얼마나 뿌듯하던지요..
한달 내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아이의 태권도 학원비에 도복..그리고 이것저것
챙겨줬죠..그러고 보니 제 수중엔 딱 2만원이 남았습니다..
금새 가벼워진 봉투를 바라보며 돈이란 거.. 정말 쓸 게 없다는 생각에
좀 허무하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며 벌써부터 씩씩하게 뛰어 노는 걸 보니
힘이 절로 났습니다...
그리고 남은 2만원으론 우리 집 모처럼 삼겹살 파티를 했죠....
삼겹살에 오랜만에 남편과 소주 한 잔씩을 나눠 마셨습니다. 감쪽같이 모르게 했다며..
한달 간, 수고 많았다고..그리고 미안하다며 등을 토닥거려주는데, 으쓱해지더군요....
하얀 태권도복을 가슴에 폭 안고 잠이 든 아들을 보며...
사소하지만, 이렇게 입가에 미소 가시지 않게 하는 게
진정한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