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무서워요..

지난 금요일, 벌거벗고 개울가에서 멱감던 초등학교 적,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1차로 고깃집에서 배부르게 음주를 곁들이고, 2차는 노래방엘 갔습니다. 3차는 마무리 입가심으로 딱 맥주 한잔씩을 하자고 했는데... 저는 체질이, 술은 무조건 한가지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라..맥주로 시작하면, 맥주로.. 소주로 시작하면 소주로 끝나야 뒤끝이 깔끔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도 다수의 여론이 형성되자, 어쩔 수 없이 맥주로 마무리를 하게 됐죠.. 그리곤, 다음 날 아침....눈을 떠 보니,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기억은 없고, 아내의 눈치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직업상 없어서는 안 될, 휴대전화까지 없더군요.. 술이 덜 깨 머리는 깨질듯 아픈데, 마누라 눈치보랴.. 전화길 어디서 흘렸는지 기억해내랴... 정말 두개골에 금이 가는 듯 했죠. 혹시 누가 습득한 건 아닌지..아무리 연락을 해 봤지만, 전화긴 꺼져 있었습니다.. 결국 잃어버린 전화기를 찾지 못하고 다음날 새로 구입을 했죠.. 필름이 끊기면 으레 뭔가를 희생시키고 마는... '그게 이번엔 전화기구나..' 생각했습니다.. 물론, 속은 짠했지만...전화기가 생활의 필수이다 보니..출혈을 감수해야만 했죠.. '술이 왠수다', '땅파면 돈 나오냐', '당신이 재벌총수냐...'등등.. 아내의 따가운 눈총과 온갖 핀잔을 저녁식사보다 더 배부르게 듣고, 기가 팍 꺾여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한 친구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나도 바빠 연락을 못했는데..너, 왜 휴대전화 안 찾아가? ......." "뭐? 내 전화기가 너한테 있다고? 왜 네가........." 그 다음은 뭐....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우리 마누라께서(^^) 전화기를 잃어버렸다고 했을 때보다 더 험악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어..제대로 말도 못하고 끊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책임감은 있었던지, 맥주를 마시러 향하면서 제가 정신을 못 차릴지 모른다며 그 친구에게 전화길 맡겼다는 거죠.. 헉~~~!!!!! 그걸 기억 못하고 새로 장만한 전화기... 술을 혼합하기만 하면, 바로 필름이 끊기는 저..어쩌면 좋을까요? 지금은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습니다..."여보, 이제 그만 화 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