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버지가 계시듯 저에게도 존경하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아이를 키워볼수록 우리아버지가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십니다..
한 평생 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어릴적엔 저희들의 마음도 몰라주고 엄하게만 대하시는 아버지가 무섭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때까지 흔한 외박도 못했습니다.
어른이 되고...아이를 기르게 되니...
그런 아버지가 고맙습니다.
한번도
사랑합니다.....고맙습니다....말은 못했지만 당신이 저의 아버지라서 참 좋았습니다
참 행복합니다.
가끔은 우연인 척 손도 잡아봅니다.
마디마디 굵은 아버지 손이 참 좋습니다.
"내 손은 워낙 꺼칠해서야...."
"아버지 손톱이 다 닳았어요..."
아버지는 아이들을 참 좋아하십니다.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고 계십니다.
봄엔....들판에 자라나는 나물들을 알려주시고
아이들의 체험이 중요하다고
자칫하면 1년농사를 망칠지도 모르는
모판 만들기를 아이들과 함께 하십니다.
우리 딸아이는
어린이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할아버지와 모판 만드는 일을 함께하는 거랍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판 만들기는 어린이날 했습니다.
3시간 정도 소요되는 일이지만 아이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좋아합니다.
3주후엔 모내기를 합니다.
모내기야 요즘엔 기계화되어서 이앙기로 다 하지만 논 귀퉁이를 남겨 뒀다가 아이들에게 모를 심어보게 하시는 아버지입니다.
온 몸에 흙물을 묻혀 돌아온 아이 얼굴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6월이 되면 감자를 캐러 갑니다.
줄기를 뽑으면 주렁주렁 달린 감자를 아주 작은 것까지 주워담습니다.
"할아버지가 기른 거야!"
컴퓨터에 친숙한 아이들을 시골에 오고싶게 하려면 뭔가 유혹하는 게 있어야 한다며
작년엔 나무를 한그루씩 분양했습니다.
"엄마. 내 밤나무에 꽃이 피었어"
"고모, 제 호두나무가 젤 많이 자랐어요"
"아...밤은 언제나 따먹을까?"
아이들은 시골에 도착하자마자 자기들의 나무가 얼마나 자랐나 보러 산으로 달려갑니다.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우리 아버지의 또다른 배려
밭두렁마다 다른 이름을 달고 있는 과일들....아니...채소인가?
딸기...방울토마토....자두...살구...참외...오이...가지까지..
한 여름에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에 가면, 아버진 리어카에 텐트를 치고 아이들을 태워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십니다.
리어카 위에 친 텐트 속에 앉아 동네 한바퀴 도는 재미에
아이들은 리어카를 청룡열차라고 부득부득 우깁니다.
가을이면....
머지않아 즐기게 될 눈썰매장을 만드십니다.
산비달의 흙을 고르고 돌맹이를 줍고....눈썰매를 탈 코스를 만드십니다..
일직선은 재미없다고 구불구불 에스자로 만드십니다.
아이들은 하늘만 쳐다봅니다.
"엄마, 언제쯤 눈이 올까?"
"글쎄....."
눈썰매에 지친 아이들을 데리고 야트막한 산꼭대기에서 밤을 구워주십니다. 산꼭대기엔 바위가 있어서....불을 지펴도 좀 안전한가봅니다.
"엄마, 난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게 산꼭대기에서 구워먹는 밤이야!"
"엄마, 밤이 막.....튕겨져 나가서 난 두개밖에 못먹었어!"
"할아버지! 감자도 구워주세요!"
"야...벌써 다 구웠으니까...좀 식으면 먹어라."
입 주위가 씨꺼멓게 된 아이들은 그래도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거립니다.
연날리기..쥐불놀이...불깡통돌리기..
그래도 모자라면 수확을 끝낸 논에 물을 가득 가둬서 썰매장도 만드십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저에게 조릅니다.
"엄마 주말에 할아버지한테 가?"
"일요일에 토익감독해야되는데?"
"그럼 우리만 데려다줘!"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우리아버지...
할아버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들....
저도 나이들면 조금이라도그런 아버지를 닮아갈까요?
그렇게도 소중한 아버지가 작년부터 병원을 다니셨습니다.
별일 아니려니 했는데
심각하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서울의 큰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습니다.
토요일(21)에 결과가 나온다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길 무거운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아픈 아버지를 보니 그동안 무심했던 제가 보입니다.
아버지 기분도 풀겸
오늘은 처음으로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극장엘 갔습니다.
바쁘다고, 괜찮다고 극구 거절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엘 갔더니 달라진 극장 모습에 어리둥절 하십니다.
극장에 온지가 30년이 넘었다고....너희들 애기때 안고 왔었는데....
하시면서도 무척 행복해하십니다.
"테레비로 볼때랑은 굉장히 다르네..."
"참...딸 덕분에 극장에서 영화를 다보네..."
말씀하시는 두분얼굴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좋은 음식, 좋은 옷, 넉넉한 용돈도 좋겠지만
나이드신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고,
등산을 가고,
함께 동네 한바퀴를 돌고.....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이 더 부모님을 행복하게 한다는걸
오늘 많이 깨달았습니다.
부모님들이 나이는 70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마음은 20대라는 걸
우린 너무 빨리 잊고 사는 것같습니다.
더 늦기전에 더 후회하기 전에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011-9439-8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