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23살의 청년 구희철이라고 합니다. 문득 아침에 라디오를 통해서 들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훈훈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듣다보니 저도 모르게 이렇게 컴퓨터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저는 현재 전주대학교를 휴학하고 전주에서 자취를 하며 복학을 준비하고있습니다. 저의 고향은 넓은 들판이 강줄기를 감싸안고 있는 군산시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입니다..그곳에서는 87세 이신 할머니와 장애로 모든것을 포기할수 밖에 없는 아버지 둘이서 외롭게 고향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그곳에 함께 있어서 집안일과 못다한 일을 해야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변변히 죄송한 마음만 가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주말마다 집을 찾으면 차디차게 식어진 방한켠에 누워계시다가도 나의 발걸음 소리에 단숨에 일어나 맞으시는 할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이 저의 마음을 더욱 미안케 만듭니다. 일주일동안 제가 언제오려나 기다리시며 어두운 눈으로 전화 수화기를 들고서 간신히 번호를 저의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기다리다가 제가 미처 받지 못하고 수화기를 내려 놓았던 때가 많다며 늘 걱정하시는 할머니의 그 모습이 이글을 적는 내내 나의 마음을 찡하게 합니다. 그러다 제가 주말에 가면 자취하느라 먹을것도 제대로 못챙겨 먹을거라며 여기저기에서 들어온 음식을 드시지도 않고 고이고이 두었다가 나의 밥상에 떡허니 내어 놓으시는 할머니의 그 정성에 언제나 그 은혜에 다 보답할런지///
최근에 할머니께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아가, 우리 아가 대학 졸업때까지 내가 있을려나?"
"졸업할때까지 안죽어야 졸업할적에 지팡이라도 짚고서 가볼텐데..."
요즘들어 더욱 야위어 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언제까지 볼수 있을지...
간혹 전화를 하다가 받지 않으면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저는 혼자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식당 설거지, 행사 도우미, 도서관 정리 등 이런 저런 일로 저의 생활은 간신히 꾸려 나가지만 가정에는 별다르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미련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다릅니다. 집에서 돈도 못대주는데 오히려 돈달라고 안하고 혼자서 돈 벌어 쓰느라 기특하다며...
요즘 할머니의 자그마한 소원 하나가 생기셨습니다. TV를 보시다가도 김치냉장고 CF를 보시면서 저것 하나 장만했으면 하는 말씀이 저의 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치냉장고를 살만한 형편은 되지 않고 김치냉장고를 상품으로 내건 문제들을 맞춰보지만 결과는 나의 생각과 바램에 못미치기 일쑤이지만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희망으로 오늘도 문제를 찾아 나서곤 합니다.
저는 예전에는 저의 이런 환경이 불행인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할머니, 아버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일인지 말입니다. 나의 현재의 모습에 감사하는것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런지...
부디 할머니와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나마 고백합니다. 저에게 할머니와 아버지 같은 가족이 있어 정말로 행복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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