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사랑은 장모님이라고 남들은 쉽게 말할지 모르겠지만, 저희 장모님은 처음부터
"우리사위"하면서 저를 맞아 주신 건 아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형사고(?)를 치고 딸을 주십사~ 장모님 앞에 무릎꿇고 앉았을 때만 해도
그렇게 가슴 떨린 순간이 없었죠..
오히려 화를 내거나 저를 때리기라도 하시면 속이 더 편했을 텐데..
아무 말씀 없이 한숨을 쉬시다 그만 가보라는 단호한 그 한마디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여 죽어도 저랑 같이 살겠다는 철없는 어린 딸과
보잘것없는 저 때문에 맘 고생도 많이 하셨죠..
가난한집 장남이라 시부모님 모시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시누이 둘에 시동생까지 한집에서
시작하는 신혼살림인지라 이것저것 재고, 맞춰야 하는 혼수며.... 맘에 드는 것보다 안드는 게
훨씬 많은 조건이었죠..
찬바람이 불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며, 제가 힘들게 꺼낸 말 한마디에도 그저 짧은 대답뿐 늘 어머니는 넘지 못할 산 같은 존재셨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싹싹한 성격이거나, 언변이 좋지도 않은 탓에
어머니 눈에 들기란 쉽지 않았죠..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건, 진심을 다하자는 것이었고..언젠가는 그 마음이
어머니께도 닿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죠..
그 후 어머니는 딸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밥 한 공기를 주셨는데 게눈 감추듯 해치우니..
그제서야 살며시 미소지으며 "더 먹겠나..?"하시더군요..그 한마디가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그 이후, 어머니가 권하는 밥은 절대 거절하지 않았고, 미련하게도 두 세 공기 이상씩
먹어 치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또 제가 말로써 사람을 녹이는 재주는 없어도 손으로 사람 놀래 키는 재주가 있어 고장난
가전제품은 못 고치는 게 없는 편인데요..그래서 자주 처가에 들러 깜빡이는 전등도 갈아 드리고,
소리나는 비디오며 세탁기..여하튼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물건은 무조건 다 고쳐드렸죠.
그런 덕인지, 이젠 어딜 가도 우리사위가 최고라고 자랑하신다는 장모님....
이제야 들은 얘기지만 너무 잘먹어서..성격은 둥글둥글해, 딸 속 썩일 일은 없겠다 싶으셨답니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 말이 있죠!!
제가 처가에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모두, 7년 동안 시댁어른들 모시고 살아오면서
늘 양보와 이해를 먼저 해 준 아내에게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위지만, 어머니께서 부르는 한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진심을 알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