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처가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는 아내를 저는 직장일이 바쁜 관계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아내는 평일 오전, 아이 둘을 데리고 처가인 전남으로 향했죠..
퇴근 후, 계단만 들어서도 마치 시장 통을 방불케 하던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없고
늘 잔소리하는 아내도 없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자유인이 된 듯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아내는 드라마를, 저는 스포츠를..각자 즐겨보는 프로를 보기 위해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지 않아도 되고, 조금만 방심해도 딴 짓하는 아이 뒤꽁무니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더한 자유가 없더군요..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아내가 미리 준비해 놓고 간 밥과 국이 있었음에도 제 손으로 챙겨먹기가 귀찮더군요.
새삼 뭐든 알아서 척척 해주는 아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서둘러 우유한잔을 들이키고 출근하려는데...
순간 함박 웃으며 '아빠 잘 다녀오세요~~'하며 볼에 입맞춰주는 두 딸들의
미소가 아른거리고, 애교는 없지만 따뜻한 눈빛으로 응대해주는 아내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그런 가족의 배웅 없이 집을 나서려니, 왜 그리도 썰렁하고 외롭게 느껴지던지요..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든 사람 자리는 몰라도 난사람 자리는 안다'는 옛 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어 곁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마음이 참 간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며칠 간은 그 자유를 누릴 줄 알았는데...
막상 아이들이 지절대던 소리도, 아내의 잔소리도 마냥 그리워지더군요..
퇴근 후...밥솥의 남은 밥을 말끔히 치우고, 하나둘 쌓아 두었던 설겆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청소도 하고, 결혼 후 거의 처음으로 구석구석 걸레질도 했죠.
말끔히 치워진 집을 뿌듯한 마음으로 둘러보며, 서둘러 아내와 아이들을 마중나갔습니다..
아내 손엔 무슨 짐 보따리가 그리도 많은지....장모님께서 절 위해 바리바리 싸주신 것이었죠.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가지도 못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 한다구 모처럼 챙겨입고 갔던 아내...
하지만 스타일 구겨지면서까지 남편 챙기겠다고 양손 가득 짐 보따리를 들고 온 아내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천사 같은 아이들...
이렇게 사랑스런 가족이 있어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가족 그 안에는 하나로 이어주는 끈끈한 사랑도 있고, 지친 마음을 쉬게 하는 휴식도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 가족을 더욱더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