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11년차 직업주부입니다. 학교다닐때 보통의 여학생들처럼 나름대로 결혼하면 어떤사람과 어떻게 살아야지. 그리고 이런 시댁, 이런 시부모등등 .. 내가 꿈꾸던 시부모상이란 특별한건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일찍돌아가셔서 시아버지가 우리 아버지 같았으면 좋겠다는것이 전부였다. 보통의 여자들처럼 결혼을 하고 시어머니보다는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더 알뜰이 챙겨주시는것은 다를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 아버님은 주말마다 방문할때면 뭔가를 준비해놓으셨다가 꼭 챙겨주셔서 어머니의 눈총을 받으시는게 비일비재했다. 예를 들면 아버님이 어디에서 선물을 받으신것이 있으시면 기다렸다가 나를 꼭 챙겨주시거나 우리와 같이 나눠드시는 것을 낙으로 아시는 고마우신 분이다. 무엇보다 나를 미안하고 감동받게 했던것은 제가 야간 대학을 다녔는데 마지막 등록금이 준비가 안되서 마감2일전 낮에 아버님께 상의를 드렸더니 저녁에 준비해놓으셨다는 연락이 왔었다. 그돈은 보통의 돈과 다를것이 없는것 같지만 2년동안을 배운다고 다니는 며느리를 눈총한번 안주셨고 "우리 며느리는 공부도 잘해서 장학금도 받는다니까" 하며 자녀들 앞에서 기를 세워주신 분이었다. 얼마전에는 어머니가 중국에 놀러가셔서 식사를 준비해드리느라 가고 있는데 퇴근때라 길이 많이 막혀서 " 아버님 차가 많이 막혀서 20분 더 걸릴것같아요" " 걱정하지마라 내가 밥도 다 해놓았다"
직장에서 달려오는 며느리 바쁠까봐 밥도 준비해놓으신거다. 당신도 퇴근하시고 오신지 얼마 안되었을 텐데.
그날 비록 깜밥밥을 먹었지만 어떤며느리가 시아버지가 지어주신 밥먹을 기회가 있겠는가. 나는 언제나 사랑받아 행복한 며느리다.
아버님 언제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