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부럽지?"
예식장을 나오면서 선배가 넋나간 표정으로 한마딜 했다.
내가 고리타분한 성격이어서 그런가
" 소인은 전혀~!!" 라며 떨떠름하게 응수 했더니
즉각 쯧쯧거리며 혀를 내둘렀다.
내 생각은 그래도 결혼식이라면 뭔가 성스러운 분위기가 있어야 정상일 듯 한데
들러리입장은 또 무엇이며 신랑이 노래하면서 입장하는것도 그렇고
아무튼 하나하나 영 마뜩찮았다.
신랑은 25세이고, 신부는 28세라는데 별의별 이벤트를 다하는거다.
"우리 아들이라면 나는 저리 하도록 냅두지 않는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잘난체를 했더니 가만 듣고있던 선배가
" 그래..이담에 함 보자! 자식 겉을 낳지 속을 낳는거 아니다!!" 라며
씁쓰름하게 웃음을 날렸다.
그리고는 이른나이에 며느리를 본 경험으로 덧붙힌 한마디는..
" 니..아들한테 꺼뻑 죽지마!! 그래봤자야!! "
그 정성 십분의 일만 남편한테 잘 해주면.. 세상에 우리각시 뿐이라며
업고 다닌다나?ㅎㅎ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남편을 떠올려보니
안그래도 요즘 아들놈 두녀석 뒤로 소리없이 밀려나
존재감 조차도 상실된 판국이다.
가끔가다 그냥 "곁에있어 행복하다"라는 느낌이 어쩌다 들기도 하지만
미워죽겠는 순간이 더 많은 친구같은 서방이기에
대접은 커녕 오히려 대접 받고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는데
대오각성하게 하는 선배의 값진 충고는 남편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했다.
허구헌날 손과 발이 되어줘도 툴툴거리는 녀석들..
어쩌다가 한번 등이라도 박박 긁어주면 흐믓한 미소를 짓는 불쌍한 남편..
어느만큼씩의 사랑분배가 적당한 정도인지를 여태껏 가름할 수가 없었으니
도대체 내 맘 크기의 한계가 그 문제였단 말인가?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오늘을 싯점으로하여
이제는 서서히 서방쪽으로도 고갤 돌려야겠단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신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주던 신랑의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 보담 왠지 얄미워보였던 건
틀림없이 아들에게 집착하는 어머니의 질투심이 그 발로일 것이다.
아무리 눈에넣어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어도
이제그만 서서히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하겠다.
자식에게 마냥 퍼주기만하는 조건없는 모정보다,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더 진실한 애정을 베푸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는 기특한(?)생각이 절로드는 날이다.
그동안 사랑과 집착을 구분못해 아이들에게 쩔쩔매고 있었다는 것도
남편의 사랑을 나몰라라 외면했던 것도..
사실은 내 능력의 한계가 그러한 까닭이어서..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이제부터라도 서서히 그 한계를 극복하는 연습에 심혈을 바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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